수신인 부재
우리가 무르익는 시간에 많은 말들이 죽었다
당신에게 건네는 말의 끝은 항시 가벼워야 했다
무겁게 던진 단어는 늘 일찍 죽었다
사인은 실족사
귓바퀴에서 굴러 떨어졌으므로
혀끝에서 사산된 말은 식도로 넘어가서
당신을 만나고 온 날은 여지없이 배가 불렀다
무분별한 과식에 바쳐
애도를
애도를
애도를
몇 날 며칠 곡을 하고 상을 치렀다가도
당신이 부르면 애참꽃을 피웠다
당신의 말은
가벼우면 꽂히고 무거우면 박히는데
나 홀로 말을 끊임없이 살해하는 건
필경 나의 미숙함 때문일 테지
가슴에 늘어난 말의 묏자리
사체가 뿜는 가스 덕분에 한숨도 늘었다
이유를 묻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역시 아무것도 아니긴 싫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기는 분해서
요즘 장래희망이 요절이라 그렇다 말하며
아주 짧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