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직장 이야기를 가끔 써 보려고 한다. 일이란 나에게 있어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니 내가 맡은 일들을 기록해두고 싶어 졌다. 몇 년 뒤 사진첩을 꺼내어 추억을 회상하듯...
Daily Meeting 편
1. 매일 한다.
오전 10시가 되면 우린 매일 전부서 미팅을 한다. 마치 원탁의 기사처럼 둥글게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며 한 손에는 따뜻한 도렐 커피 한잔과 다른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온 사람, 필기구를 들고 온 사람, 휴대폰에 발언할 내용을 정리해 온 사람,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우린 정각 10시에 모인다.
Daily Meeting이라 부르는 이 커뮤니티의 목적은 '공유'다. 아이스 브레이킹, 아이데이션, 각 부서의 이슈사항을 커뮤니케이션하는 자리이다. 이 모임의 핵심은 보고 형식이 아닌 공유의 자리이다.
보통 이러한 자리에서는 이슈 사항을 얘기할 때 언어를 순화시키거나, 미사여구를 많이 사용하거나, 사실보다 미화해서 얘기하거나, 본론을 얘기하기 전 부연설명부터 얘기를 많이 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형성되면 팩트가 점점 변질되어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소설이 되고, 책임을 떠 넘길려고 하며, 조직원은 이슈에 대해 숨기거나 몰래 처리를 하고 쉬쉬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인지되기 싫은 본능과 상급자에게 깨지기 싫어서 일 것이다.
우리는 이 시간만큼은 모든 걸 이야기하려고 한다. 단기 프로젝트에 있어 달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어떻게 왜 했는지 성과측정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과분석을 정량적/정성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라 우리의 기여도가 나타난다. 오류가 나거나 진행이 중간 drop 된 프로젝트들도 있다. 우린 근본적 원인을 찾아 전사 주의할 사례로 공유를 한다. 물론 잘 된 프로젝트도 사례 공유를 한다. 누적된 노하우는 우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회의록은 전사 공유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사 소통과 지향점을 모두가 함께 같이 하기 위해서다.
흔히 미팅이 끝나고 커피한잔과 담배 한모금을 하며 "아니 김과장은 왜 그렇게 일처리를 해서 ~~~"라고 잡담을 한다면, 본인은 김과장이 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솔루션을 제안 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2. What? Why?
다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선 또는 솔루션을 찾아서 What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년수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 드물어져 간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적 압박으로부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What을 얘기한다. 그게 분기라서, 월간회의라서, 직급 값은 해야 돼서..
What이 나오면 How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에서 그치고 만다. Why?라고 질문을 하게 되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재밌을 거 같아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필요한 거 같아서라는 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Why가 나올 수 없다. Why가 없으면 What과 How도 없다.
문제의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OOO가 문제라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 가 대부분이다.
문제의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관건은 얼마나 그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고 있는가다. 우린 매일 트레이닝한다.
우리 객실에는 TV가 없다. TV가 없어서 문제라는 문제의식으로 무엇을(TV를) 어떻게(구매)하겠다. 는 플레이스 다운 접근법이 아니다.
가령, TV의 본질은 예능, 드라마, 시사, 교양, 뉴스 등의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재미와 감정을 공감하게 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TV를 통해 채울 수 있는 욕구는 일상에서 매일 쉽게 얻을 수 있다.
천혜의 자연 제주까지 와서 일상을 꼭 느껴야 하나? TV는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라는 문제의식 그리고 그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액티비티, 페스티벌, 공연, 토크 등)과 TV가 있어서 문제가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여 우린 플레이스 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는 TV가 있다. TV가 왜 객실에 있나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보통의 대답은 당연히, 원래, 네?,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TV는 봐야죠, 오히려 질문을 한 사람이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TV가 없어 불만인 사람들은 불편하다 얘기는 하지만 왜 불편한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3. 회의록
회의록 공유에 대한 본질적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통과 지향점을 같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별도의 To Do 리스트를 만들어 일정관리를 한다.
회의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며, 본인과 관련 없는 논쟁에 대해서는 관여도가 떨어진다.
회의가 끝날 무렵쯤 기억나는 것들과 본인과 관계된 일들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회의록은 이를 리마인드 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버벅거리며, 사실과 다르게 기입하거나 확인이란 단어를 확정으로 오타를 쓰거나 할 때 그 회의록은 쓸모없게 된다. 특히 위험한 건 사실 확인이 안 된 추정성 글이다. 문장 한 줄 한 줄 발언자의 톤 앤 매너까지 고려를 해야 한다.
용어는 최대한 뜻풀이를 하여야 되고, 특별히 써야 되는 단어에 대해서는 각주를 달아야 한다. 어려운 용어는 회의록을 보지 않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이기 때문이다.
회의록은 대부분 간단 요약으로 정리를 하거나 결과나 결정사항 중심으로 많이 기록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떤 내용인지 모를 때가 많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휴무자가 회의록만 보고도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그렇다면, 회의록은 누가 쓰는 게 합리적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록의 중요도가 낮아서 비서실에서 쓰거나 HR, 또는 미팅 참석자 중 막내가 쓰는 게 대부분이다. 혹은 워딩을 잘 하는 사람, 타이핑이 빠른 사람이 쓸 때도 있다. 10명이 같은 회의에 참석하여 회의록을 각자 쓸 경우, 회의록의 내용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다 조금씩 다른 내용이다.
이유는 모두 같은 말을 들었지만, 각자 나름의 판단기준과 통용되는 범위 안의 융통성, 정도의 차이가 개입되어 각자 나름의 해석을 하고 인지하기 때문이다. 관심 없는 내용은 흘려들을 때도 있고, 발언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10으로 보는 반면 작성자는 7로 봐도 무방 하기에 '정도'의 차이로 회의록은 천차만별이 된다.
회의록은 작성자의 기술적 능력과 직급과 무관하게 커뮤니케이션의 팩트를 잘 읽어내고 회사 전체의 큰 시야로 업무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써야 한다. 물론 난 아직 그 경지까진 가지 못하였다.
4. To Do
스타트업에서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실행력이다. 실행력은 스타트업의 생명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경우 축적된 노하우와 보유한 리소스가 많기 때문에 실행력은 이미 갖춰져 있고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노하우, 리소스 모두 다 부족하다. 워커홀릭의 대부분은 완성도에 집착한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원이 투여되어야 하고 시간이 투여되면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시간은 일정관리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으며 나는 To Do관리를 통해 각부서의 일정을 리마인드 해주거나, 푸시하거나, 누락되지 않게 관리하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며, 아이데이션->시행->성과분석->노하우가 쌓여 프로시저가 완성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시저의 중요성은 린(Lean)스타트업 이론과 관계된 것인데 제조-측정-학습을 반복해 혁신해 나가듯이 어떤 프로젝트라도 인큐베이팅을 거쳐 걸음마를 때고 성장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To Do관리는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하며 자칫 관리감독자로 보여지게 되면 독이 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조직원과 미팅을 하기 위해 "어떤거 드시겠어요?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팀장님은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시니 그걸로 주문해도 괜찮으시겠어요?"의 차이는 앞으로의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정하게 된다. 언어의 온도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재밌거나 좋은 것이 있으면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한다. 맛집이나 좋은 공간, 광활한 자연을 보면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한다.
브랜딩은 크게 인터널 브랜딩과 익스터널 브랜딩 두 가지가 있는데, 인터널 브랜딩이 잘 된 회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개인 SNS에 게시하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구전으로도 전파하려 하고, 자존감과 애사심 또한 높다. 무엇보다 플레이스 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터널 브랜딩은 매우 중요하다. 1년이 지난 지금의 난 누구보다 플레이스를 잘 아는 사람 중 1명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