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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인 Aug 18. 2024

러닝클럽 가입

가장 큰 용기, 그리고 위로.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을 때가 있다.

브런치라는 이 글쓰기 플랫폼과 매일 낑낑 거리며 따라 하는 요가, 

그리고 인생에 클럽이라곤 처음 가입해 본 러닝클럽이 그 예다.


나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확고한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1) 무조건 또 다른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연애, 영업 등과 같은 부수적인 것들)

2) 이상하고 할 일 없는 사람들만 있을 것이다.

3) 분명히 "별로"일 거다.


적고 보니 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세 가지 이유들은 어떠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늘 혼자 뛰던 공원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함께 뛰는 걸 보니 나도 누군가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저들과 같이 할 수 있는지 찾아보던 중, 다양한 모임이 열리는 어플을 찾았고, 우리 집 근처에서 열리는 수많은 러닝클럽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클럽을 찾았다.


하지만 찾으면 뭐 하나. 

가입이라는 문턱은 넘지도 못한 채 한 달 가까이 클럽 페이지만 하루 12번도 더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던 중 상담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떨지 보다 내 마음이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했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 결국 나는 누군가와 함께 "뛰고" 싶은 거였다.

그동안 늘 습관처럼 하던 타인이 어떨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내가 무얼 하고 싶은 것인지 단순히 행위에 집중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상대방에게 초점을 두지 말자. 1명이라도 괜찮은 사람과 같이 뛰면 그만이다. 그리고 좀 이상한 사람들이면 어때? 어차피 뛰기만 하고 집에 올 텐데.'라고 말이다.




첫 참석날,  그동안 혼자 이상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던 것이 죄송할 만큼 클럽장님은 러닝과 마라톤에 진심인 분이었고 그만큼 건강하게 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클럽 사람들 덕분에 그날 처음으로 공원 한 바퀴를 쉼 없이 달렸다.


그날의 기억은 사진처럼 뚜렷하다.


 3km 정도 공원을 다 뛰었다는 사실.

- 타인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두었다는 뿌듯함.

-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었다는 타인에 대한 고마움.

- 잘 못하는 것은 절대 타인과 함께 하는 법이 없었던 내가 단지 행위 그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는 것.



러닝클럽은 내가 받은 올해의 가장 큰 위로다.

나는 그날 이후 러닝운동화를 큰맘 먹고 구매했다.


러닝 클럽 가입해서 좋은 점. 이렇게 사진도 남겨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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