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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9. 2024

한국의 나폴리, 통영

한국의 나폴리, 통영


소피 독서모임 선생님들과 통영을 다녀왔다. 통영을 다녀온 후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이곳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다. 내가 다시 둥지를 틀 곳을 찾는다면 통영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영은 소박한 멋이 있다. 게다가 고요한 세련미를 풍기는 고장이다. 애써 멋을 부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더라도 기품 있는 고고함이 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스쳐 지나가는 이 고장의 풍광을 보며 통영이라는 곳을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이 낯선 느낌이 내게 이국적이면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이곳에 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나는 편안했다. 이 낯선 곳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무엇 때문일까. 설레면서도 안도감을 주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가 가진 문장력으로 통영의 매력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내 나름에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을 안고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통영에는 높은 건물이 없다. 대부분 옛집이며 건축물들이 그대로 사용 되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원래의 주인인 옛 건축물에 누를 끼치기라도 할까 봐 모두들 자세를 낯춰세우고 비어있는 옆자리에 조용히 둥지를 틀었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을 밀어내는 폭력은 애초에 없었던 듯하다. 통영의 사람들은 조상을 섬기듯, 집안의 어른을 존중하듯 현대적인 것들의 화려하고 테크니컬 한 것들을 과시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전통을 따르는 모습이다. '과거의 것들을 낡은 인습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며 함께 공존되고 있는 모습’이 통영의 모습이다. 옛 건축물은 건축물대로 현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 탄생되었다. 

그런데 통영에서의 현대성은 자본을 내세우는 도시의 침입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 기존의 형태에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하는, 과하지 않은 모습들이 통영이다. 그래서 현대와 과거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통영은 어느 도시보다 더 품격 있고 세련미가 느껴진다. 그 소박하고 고요함 속에서 뿜어 나오는 거대한 아우라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내면이 튼튼한 사람은 낡은 재킷을 걸치고 있어도 기품이 느껴지듯 통영에서는 그 고고함이 느껴진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 소박한 항구, 통영을 마주하는 순간 이미 통영을 흠모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통영의 매력은 ‘소란스럽지 않음’이다. 바다조차도 요란한 파도소리를 품지 않는다. 보통 바다라 하면 망망대해의 광활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통영의 바다는 어머니의 품과도 같이 소박하다. 아마도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남해 지형이 품은 특별함인 듯싶다. 남해의 섬들은 손을 뻗치면 서로 맞닿을 곳에서 서로를 바라봐주고 힘이 되어준다. 서로가 외로워하지 않도록 바로 옆에서 함께한다. 서로에게 거친 바다와 거센 파도의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바다를 똬리를 틀듯 감싸고 있는 육지의 항구에는 끝도보이지 않는 바다와의 싸움에 지친 뱃사람들을 품어줄 것 같은 아늑하고 넉넉한 품이 있다.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나그네와 삶의 고단함에 지쳐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다 품어줄 것 같은 너그러움과 포근함이 있다. 거친 파도의 성정을 달래어 되돌려 보내는 지헤로움이 있다. 통영은 그렇게 우리에게 만만하여 응석 부릴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 노스탤지어의 향수이다. 어머니의 가슴을 품고 있는 통영이 나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우리 일행은 이 고요하고도 고즈넉한 통영을 한바탕 소피스럽게 소란을 피우고 돌아욌다. 15인승 승합차는 통영의 거리 거리를 엉덩이를 들썩 거리며 왁자지껄 종횡무진했고 어린 아이와 같은 즐거움에 시종일관 까르르 키드득 소란을 피우며 돌아다녔다. 그래도 통영은 우리에게 흐뭇해 하며 달관의 미소를 보낸다. 장난꾸러기 어린 아이들이 한바탕 까불며 소란 피우는 것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어준다. 사실 통영은 도보로 여행해야만 이 고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내 생각도 그러하다. 통영은 여행자가 그냥 스쳐 지나갈 도시가 아니다. 골목길을 누비며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곳이다. 그렇게 떠돌던 여행자가 통영 사람들의 삶에 취해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 통영이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어진다고 한다. 나의 나라임에도 낯선 이 느낌, 그러나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고향 같은 곳, 낯선 이 느낌이 한없이 편안한 이유로 우리는 사진 속의 지중해를 동경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햇살, 거칠지 않은 바다의 물결, 밤의 고즈넉함, 나를 꽉 안아주는 항구, 고요한 마을의 풍경, 통영은 내가 상상하는 지중해의 모습이었다. 나는 지중해의 환상을 통영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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