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머문 자리는 어떤가요?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는 어떤가요?
무기력하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해도 변할 수 없는 이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이유들. 시간이 지나니, 지금은 내 삶에서 많이 멀어졌다. 현상적인 것은 그대로인데 마음속에서 가벼워졌다. 이유들로 우울한 날들을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데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늙었구나. 참 많이 늙었어. 슬프다.’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얼굴 하나가 보였다. 굳게 다문 입술, 처친 입 꼬리, 심술 맞아 보이는 주름들. 독기를 잔뜩 품은 눈. 나이를 탓하기에 죄 없는 세월이 억울해보였다. ‘나는 그동안 얼굴의 주름만 세었지 나의 표정을 살피고 살진 않았구나.’
내 얼굴이 거울 속에서 못나게 울고, 슬프게 찡그리고, 불행하게 얼어있었다. 거울속의 여자는 누구일까. 낯설었다. 내가 생각하고 알고 있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지나온 세월은 까마득히 잊고서는 가끔 꺼내보는 사진 속에서 밝고 예쁘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얼굴이 나라고 착각하며 살았나보다. 변해가는 나를 모른 척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천년만년 살기라도 할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살고 싶어 했던 나. 그 잔뜩 성난 힘이 내 얼굴에 머물고 있었다. 내 표정에는 고단 했던 마음의 흔적이 두껍게 쌓여있었다. 얼굴에 생긴 마음의 자국. 마음이 머물 곳 없어 얼굴에 남았다. 얼굴에서 내 마음이 보였다. 초라한 건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었던 날이었다. 자기 마음을 살피고 살지 않았던 사람의 표정을 알게 된 날이었다. 나는 눈에서 힘을 빼고 미소를 지어 보았다. 어색했다.
‘급조한 웃음을 짓는다고 당장 행복한 사람의 얼굴이 되진 않겠지.’ 행복은 어색한 미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절대로. 마음이 치유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뒤로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눈빛을 살폈다. 굳어있는 내 마음을 살폈다. 나이든 사람의 얼굴은 잘생겼다거나 못생겼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음’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