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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Jun 14. 2024

환대

환대


5월 마지막 주간 날씨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태풍이 올것이라 했다. 하늘은 조용했고 청량한 하늘빛이 유독 아름다웠다. 태풍이 오기전 긴장감이 주는 그런 고요와 평화였다. 예보와는 달리 태풍은 생애 최고의 날씨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가장 평화롭고 싱그러운 세계로의 환대, 딱 그런 감동이었다.


이 좋은 날에, 나는 친구들을 우리집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오전에 장을 보았고 퇴근 후 상차림이 바로 될수 있도록 음식들을 냉장고에 정리해 두고 퇴근길에 친구들을 픽업해서 우리집으로 함께 들어 왔다. 


내가 이 환대의 마음을 다시 갖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한때 나도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을 즐겨했다. 삶에 힘겨워 그런 일들이 점차 줄었다. 내 삶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 타자를 환대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많은 삶의 여정을 지난 후에야 다시 세상을, 사람을 환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진것이다. 


태풍이 대기에 부유하는 먼지와 혼란의 소음을 모두 거둬내듯, 내 마음과 삶에서도 불안의 소음을 거두어 내자 나도 비로소 환대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처럼 환대는 자신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졌을때, 내 안에 평화가 찾아왔을때 가능하리라. 그때야 비로소 타인을 포용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처지 만큼의 이해와 사랑을 품는다. 모든 마음과 행동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발현된다. 우리는 어떤 어긋난 모습들 속에서 발현된, 나를 위한 마음을 ‘이기’라고 말들을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우리들의 모습일 따름이다. 대체로 삶에 여유가 있는 자가 더 큰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마음의 부자든, 물질의 부자든 여유가 포용력의 근원이 된다.  


우리는 마음에 여백의 공간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마음의 여백은 욕망과 불안을 물리치고 물질적 욕구를 다스려주기 때문이다. 물질의 욕망이 마음에서 밀려날때, 그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에 여백을 만들수 있으며 환대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소박한 행복을, 소박한 삶속에서 소소한 기쁨과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마음은 물적 욕구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누군가의 초대를 기쁘게 수용한다는 것은 관계의 신뢰와 친밀감을 뜻하는 것이다. 나의 초대에 흥쾌히 응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가장 아름다운 환대를 해주고 싶었다. 나의 진심이 통했을까? 우리의 밤은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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