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사지 건

by 몽땅

제품명: 테라바디 테라건 미니

사용법: 전원을 켠 다음 쇄골 아랫부분에서 겨드랑이 윗부분까지 딱딱하게 뭉친 근육에 대고 풀어 준다. 다른 부위에도 사용할 수 있다.

효능: 어깨 긴장이 완화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요즘 나의 저녁 루틴은 마사지 건으로 어깨 근육을 풀어 주는 일이다. 마사지 건을 구매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루틴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지 모르겠지만, 7일 중 5일 동안 썼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루틴이라 부르기로 했다.


지난주 PT 수업에서 이런 어깨라면 오십견이 올 확률이 높다는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이런 어깨'를 벗어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중이다. 단군 이래 늘 '최대 불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출판계에 몸담은 지 어언 8년. 내게 남은 것이 고작 '이런 어깨'라니 입맛이 쓰다.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 업계에서 그래도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서 오늘도 마사지 건을 든다. 친구 N는 20대와 사뭇 달라진 우리 대화 주제를 신기해했다. 20대에는 늘 책 이야기뿐이었는데 이제는 건강 이야기뿐이라고. 친구야, 왜냐하면 말이야. 난 이제 책이 좋다가도 밉기 때문이란다.


출판사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편집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독자에서 편집자로 입장이 바뀌자 그동안 읽어 왔던 모든 책이 새롭게 느껴지는 생경한 경험도 했다. 낭만을 품고 출판계에 뛰어든 햇병아리 편집자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책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교정 교열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한 글자라도 더 보고자 야근을 이어 갔다. 기획력이 탄탄하지 않은 것 같아 서울북인스티튜트와 한겨레 교육센터를 오가며 저녁도 거르고 수업을 들었다. 감각적인 편집자가 되고 싶어 의식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종종 벅찼지만 대체로 즐거운 애씀의 시간을 보냈다. 다만 애를 써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인쇄를 하루 앞둔 밤이면 위가 아파 잠을 설쳤다. 수화기 너머로 모진 말을 듣고는 속을 게워 내기도 했다. 하도 오래 앉아서 일하니 목과 허리에 통증이 생겼고, 무릎이 당기기도 했다.


책이 좋아 그 세계로 퐁당 뛰어든 나는 어느새 자꾸만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이 일과 영영 등질 용기는 없었다. 책과 더 어색한 사이가 되기 전에 새로운 영법을 배워야 했다. 그렇게 편집자로서 나를 보살피기로 했다.


그 끝에 있는 것이 마사지 건이라면 과장일까.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폭신한 인형, 위로와 응원이 담긴 다정한 손편지, 서울국제도서전의 숨은 공신 멀티 비타민, 새로운 세계로 이끈 필라테스와 웨이트.


편집자 생활 건강에 도움이 된 수많은 것들을 거쳐 마사지 건을 든 순간, '또 추천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말았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책 뒤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데 유용한 사물을 소개하는 추천의 글이자 그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식 같은 기록, 그 여정에 초대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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