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대문구점 Jul 14. 2024

티끌 모아 태산이 된 아버지의 수집 창고

서대문구점 100 | 연희동 LP샵 '해비컬렉터'

글,사진 @seodaemun.9 가게 해비컬렉터

*이 글은 2023년 9월 작성된 글을 재발행 한 것입니다.



연희동 사러가 마트 뒤편의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헤비컬렉터'.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부스러기 표시처럼, 담벼락 화단에 꽂아둔 LP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연희 단팥죽'이 있는 골목, '라 그릭' 건물 빈 지층에 있는 헤비컬렉터는 신문사 기자 출신에, 몇 가지 사업을 경험하신 아버님께서 운영하시는 소품샵입니다. 지금까지 살뜰히 모아오신 LP와 컵, 카메라 등, 그 당시에는 쓸모없었지만 지금은 귀한 소품들을 판매하고 계십니다.

'가게'라는 말과 '영업'이라는 단어가 민망하시다는 사장님은 헤비컬렉터를 중간중간 오래된 음악을 찾고자 방문한 젊은 친구들을 만나고, 동네 친구들이 심심하면 들리는 사랑방이라고 여기십니다.



일단 손님이 오면 친절하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실 겸 공간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무척이나 환대해주십니다. 강아지와 산책하시는 분들이 많은 연희동 특성상, 반려견과 함께 오시는 손님들도 계신데, 그 분들을 위해 가게에 강아지 간식도 마련해두시고, 공간을 낯설어 하시는 젊은 손님에겐 종종 냉커피도 드린다고 해요. 손님들에게 배풀다보면 본인도 얻는 것이 있다며, 누구든 편안하게 놀러와 공간을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덧붙여 운영을 하시면서 아쉬웠던 점을 말씀해주셨어요. 요즘 가게들은 지나치게 엄격한 것 같다며, 그 틀 안에서만 운영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생각하셨어요. 반려견 제한, 아이 입장 제한, 음료당 3시간 이상 이용 금지 등 지나친 제한은 보기 좋지 않다며, 본인은  손해보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손님을 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전하셨습니다.



연희동 토박이 사장님

사장님은 어릴때부터 연희동에서만 줄곧 자라오신 토박이입니다. 사장님은 3대가 함께 한 집에서 살았던 연희동을 추억하시면서 급변한 연희동에 대해 추억하셨습니다. 많은 것들이 부서지고 새로 생겼다고. 예전에는 이사떡도 돌리고, 온 동네 주민의 안부를 묻던 시대에 익숙하시던 어르신이 가구마다 단절되어 개인화 된 모습의 사회에 적응하려하시면서도 어색해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쓸모 없는 수집은 없다.

얼마 전 아흔 살 넘으신 노신사 분이 자주 오셨었는데, 키도 크고, 단정한 매무새가 돋보였다고 하셨습니다. 매번 클래식 기타 앨범을 골라가셨다고. 아마 사장님은 자식들은 클래식을 안좋아한다며 멋쩍어하시면서도 좋아하는 앨범을 골라가시던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모 없는 물건을 수집한다며 아내분께 늘 잔소리를 들으시면서도 좋아하는 물건을 평생에 걸쳐 수집해오신 사장님은 하나 하나 사연이 담겨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멀어졌던 젊음이 걸어오는 것을 함께 어루만지고 계시지 않을까요?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29-4 반지층

위치 | 사러가 마트 뒤, 연희 단팥죽 골목길

시간 | 11:30 - 22:00 (월, 수, 목 - 18:30)

       *매주 화요일 정기 휴무

매거진의 이전글 배우고 감독이 되는 희곡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