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34 | 사일런트 플로우
글,사진 @seodaemun.9 가게 @silentflow.cafe
실루엣이 좋은 가구는 앉기 전부터 기분을 들뜨게 한다. 긴 시간 사람의 손으로 갉고 닦아 만든 목재가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테이블 상판의 태에서 만든이의 땀이 보이고, 의자의 짜임새에서 만든이의 태도가 보인다. 그렇게 보기에도 좋고 한눈에 봐도 튼튼한 가구라면 내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다.
홍제동 고은초등학교에서 홍제역으로 향하는 골목길 자락 ‘사일런트 플로우’는 가구 공방을 겸업하는 사장님의 쇼룸이자 카페이다. 공간은 사장님께서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케비넷과 책장, 거울 등이 곳곳에 놓여 눈을 즐겁게 한다. 중간중간 가구와 어울리는 식물은 덤이다.
카페는 아내와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보니 공방에 가거나, 바쁠 경우 카페 영업을 마치고 공방에 간다고.
사일런트 플로우의 공간은 넓은 편으로, 골목에서 보기 드문 규모에 속한다. 카페는 인근의 투썸 플레이스나 스타벅스에 견줄만한 크기이지만, 프렌차이즈 카페 특유의 번잡함이 없다. 손님들의 동선을 배려해 꽤 넓은 간격으로 테이블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전직은 학원 강사였다. 게다가 목공이나 기술이 아닌 수능 영어를 가르쳤다. 10년의 세월 동안 말이다. 오래전 손톱 사이사이 박혔을 분필 가루를 뒤로하고, 이제는 커피 가루와 나무 톱밥이 그 자리를 대신 한다.
10년간 해 오던 일을 멈추고 직각으로 항로를 트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쉬운 일이 아니다. 사장님은 우연히 신문에서 특집 기사에 실린 목수의 이야기를 읽었다고 한다. 학원 강사로서 체력적 한계를 느꼈고, 미대를 꿈꿨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다른 일을 찾아볼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했던 일은 언젠가 다시 떠 오르기 마련이다.
문과였던 사장님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덜컥 양재역 가람가구학교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16명의 동기가 있었고, 시작했는데 실제 공방까지 이어진 사람은 단둘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목수의 길은 고되다.
가구 학교는 사장님에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기술보다 디자인을 강조한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그때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만의 디자인을 찾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한다. 사장님은 기술에 대한 목마름이 아직 남아있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일런트 플로우의 가구를 봤을 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대게 갖고 싶은 건 아름다운 것 아닌가.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316-12
위치ㅣ고은초등학교에서 홍제역 방면 골목길
시간ㅣ08:30 - 21:30 / 일요일 10:30 - 19:30
*매주 토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