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37 | 북가좌동 호프집 '로하스호프&소주치킨북가좌1호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로하스호프&소주치킨 북가좌1호점
낯선 가게 앞에 휴대전화를 열어 지도 앱을 켠다. 후기와 별점을 검색해 본다. 어떤 가게인지 들어가 보면 될 것을, 정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낯설어 가게에 입장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네이버, 다음, 구글 지도의 별점은 사람들의 솔직한 평가를 들어볼 수 있는 순기능도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기도 전에 미리 판단하게 하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때때로 역기능의 덫에 걸려 괜찮은 가게를 눈 앞에 두고도 다른 가게를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소비를 선택하는 근거로 각종 후기와 별점이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대부분의 가게는 후기 관리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가좌동의 ‘로하스 호프&소주 치킨 북가좌 1호점’ 이하 로하스 호프는 그런 것에 관심 없다. 네이버 별점 3.8, 영업시간도 적혀 있지 않아 5G 시대 앞에 소위 ‘믿거’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밖에서 바라보면 왠지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은 참을 수 없는 가게였다.
로하스 호프에 방문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좋은 사람과 근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어쩐지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이 들어 적절한 가게를 찾던 중에 발견한 가게였다. 하이볼 바 ‘하이쿠모’에 가려던 참이었지만 문을 닫은 상태였고, 이미 충분히 걸었기에 어디든 들어가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날은 유독 기분이 좋았고, 좋은 기분을 흩트려놓지 않고 가만히 앉혀놓을 수 있게 영업해 준 로하스 호프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로하스 호프는 족히 20년 전에 유행했을 전형적인 ‘호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어디선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다 풀어진 양복 차림을 한 아저씨가 ‘호프 한 잔 더 하러 가세’라며 향할 것만 같은 가게 같다. 오래된 앞치마를 걸친 주인아주머니는 갓 볶은 파마머리를 하고 맥주를 따르신다. 오래 들고 있기 어려운 묵직한 맥주잔은 보기 드문 디자인이다. 공간마다 두꺼운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다. 좌석마다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모습은 요즘처럼 뻥 뚫린 개방감을 강조하는 공간 트렌드를 정확히 빗겨나간다. 오래된 세월의 떼로 넘길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나는 메뉴판도 정겹게 느껴진다.
로하스 호프는 안주 맛도 맥주 맛도 대단히 특별하지 않은 가게임은 분명하다. 아주머니도 사근사근 사람들을 반기는 편도 아니다. 요즘처럼 경쟁력이 높아진 F&B 업계에서 별점 3.8은 어찌 보면 적합한 평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숫자 뒤에는, 화면 뒤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대부분 단순해서 그냥 좋아서 좋은 경우도 많다. 타인의 별점이나 후기로 나의 좋음을 가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89
위치ㅣ북가좌 오거리
시간ㅣ18:00 - 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