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 홍제동 버터 가게 ‘아키텍츠 버터’
글, 사진 @seodaemun.9 가게 @architectsbutter
홍제동의 ‘아키텍츠 버터’는 ‘건축가’와 ‘버터’, 도무지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두 가지가 만난 매력적인 가게이다. 실제로 가게 근처에 사무실을 둔 ‘JYA아키텍츠 JYA-RCHITECTS’가 운영하는 버터 가게로, 건축사사무소의 팀장님이 운영 중이다.
공간은 사무실 근처에 자재실 공간을 활용했다. 방치된 공간을 바꿔보자는 건축사사무소 소장님의 흥미로운 제안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다 ‘버터’가 채택되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프랑스와 영국 여행에서 발견한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었다고.
아키텍츠 버터에서 판매하는 버터는 ‘가미 버터’로, 맛을 더한 버터이다. 종류는 총 아홉 가지로 건축에 쓰이는 대표적 재료에서 착안해 어울리는 맛과 질감의 버터를 만들었다. 알루미늄, 콘크리트, 벽돌 등 맛이 쉽게 상상되지 않지만, 빈 땅을 보고 필요에 맞는 공간을 척척 쌓아 올리는 건축가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버터를 구현해냈을거라 믿고 가게 문을 열었다.
*먼저 지금까지 서대문구점의 '여기이가게'는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작성했었는데, 사전 질문에 대한 사장님의 답변이 매우 상세하여 인터뷰 형식으로 옮겨 담은 점을 밝힙니다.
건축가로서 어떻게 버터 가게를 차리게 되셨나요? 특별한 전환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JYA건축사사무소의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있던 자재실이 심심하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를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바꾸자는 소장님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버터 가게입니다.
프랑스를 여행하며 보르디에 유자 버터를 접했을 때, 버터에 맛을 더하는 데서 오는 매력을 크게 느꼈어요. 이 아이디어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3년 전 영국의 크레이터이자 셰프 '토마스 스트래커 @thomas_straker'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우연히 접하고, 그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죠. 이후 영국 여행에서 그의 식당을 직접 방문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버터와 건축, 두 분야의 창의성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두 분야가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까요?
버터와 음식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건축적 사고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요. 예를 들어, 버터의 맛을 상상하면서 건축 재료로부터 영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맛을 연결지을 수 없지만 오렌지와 시나몬 버터를 개발하며 이에 어울리는 건축 재료로 나무를 떠올렸고, 나무의 느낌이 다시 버터의 맛을 수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죠.
또한 메뉴판을 건축 도면처럼 디자인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우리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버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시하는 점과 그 과정에서 건축가로서의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입니다. 음식을 판매한다면, 그 맛이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건축을 떠나서도 저희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오프라인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히 버터를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이 가게가 동네 주민들이 건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 바로 옆에 매장을 열고, 직접 방문해 맛을 보고 사무실 프로젝트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축으로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철학입니다.
건축가로서 서대문구와 은평구에 많은 프로젝트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역과 특별한 연결점이 있으신가요?
사무실이 특정 지역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위치를 넘어서, 지역의 맥락에 뿌리를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서대문구에 사옥을 짓고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네와 연결된 프로젝트가 많아졌습니다.
건축에서 흔히 말하는 ‘컨텍스트(context)’란 개념처럼, 우리는 지역의 특성과 환경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프로젝트의 성격을 결정하고, 나아가 우리 사무실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강남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홍제동에서 활동하는 건축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서대문구 주민들과 주변 건축가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받고 계신가요?
주민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주지만,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인 만큼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하시는 분들은 건축과 버터의 연관성에 대해 신기해하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변 건축가들은 대체로 부러움을 표현하곤 해요. 건축은 본질적으로 삶의 전방위적인 고민을 다루는 공학이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 확장할 가능성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도하기는 쉽지 않죠.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데 따르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공 여부를 떠나 시도 자체에 대해 부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아키텍츠 버터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건축 영역의 확장이자, 모든 공간의 가능성의 확장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소비자가 돈을 내고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면 전공한 것과 다르더라도,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더 많은 날개짓이 필요하지만 제이와이 아키텍츠의 도전이 건축계에 의미 있는 참고 사례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366-1
위치ㅣ신연중학교에서 구청 가는 길
시간ㅣ12:00 - 20:00 (토 18:00까지, 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