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괜찮을까' 대장정의 마무리
글, 사진 @seodaemun.9
*이 콘텐츠는 서대문구청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여덟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 나섰던 답사의 어느 날, 절기로는 가을이 깊어가는 8월의 오후였다. 살랑이는 바람을 따라 풀내음이 번져오던 그날,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이대역으로 이어지는 길목, 높게 뻗은 은행나무와 벤치들 사이에서 종이학 한 마리를 발견했다. 복숭아빛의 고운 학종이로 접힌 이 학은 접는 과정에서 손끝으로 눌러 다듬은 듯 반듯하고 올곧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루한 강의 시간, 졸음을 달래려 종이를 접던 학생의 손끝에서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정갈하게 완성된 탓에 들고 가다 하굣길에 무심히 내려두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인근 공방의 주인이 한가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접었다가 산책 중 벤치 위에 두고 갔을 수도 있겠다.
내가 거리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어떤 예술 작품의 탄생 설화처럼, 우연이 만들어 낸 장면으로 공간을 마음에 새긴다.
이대 거리의 상황을 기록한 인터넷 신문사의 르포르타쥬를 읽었다. 기사는 ‘철거’, ‘폐업’, ‘침체’와 같은, 무리하게 식초를 두른 단무지처럼 시큼한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기사는 몇 주 간격으로 이름만 바꾼 채 반복 발행된다. 각 신문사가 이대 거리의 국물 맛을 보며 소금이나 간장을 더하라 조언하는 것처럼, 이대 거리의 재기를 위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적선하듯 던져댄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는 마치 명절날 성적이 떨어진 학생을 돌아가며 나무라는 어른들처럼, 진짜 필요한 것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는 듯하다. 운이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붙들고 태어난 운이 다름에도 짜여진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처럼, 도시도 각자 가진 것이 다르면서도 상업적으로, 주거 환경적으로, 교통의 요지로써 성공하려고 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각종 지원사업들과 투자사업,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먼저 도시가 가진 본연의 특성을 재조명하고 자연스러운 회복을 돕는 접근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공부에 지쳐버려 학원가기 싫은 자녀처럼 사실 이대는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닐까.
지난 6개월 동안 이대 거리를 한 발로 디디며, 또 한 발은 바깥에 두고 이곳을 지켜보았다. 거리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 사람, 이대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단언한 사람, 그리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보트에서 열심히 패달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서로 간섭하며 큰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라고 또렷한 답을 내 놓을 수 없지만, 거리의 구성원들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큰 파도를 만들어 낸다면 자연스레 큰 파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모두들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의 기록을 되돌아본다.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중의적 의미를 담은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괜찮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괜찮아지길 바라는 희망’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이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희망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제목의 의미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읽는 사람이, 거리의 구성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담긴 이야기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로 직접 나가 그곳의 공기를 느끼고, 자신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 타인의 편집을 거친 뉴스 기사만 보고 ‘그렇다더라’라는 추측에 머무르지 않기를, 스스로 걸음을 옮기고 거리를 체험하고 거리가 어떤 곳이 되기를 직접 판단해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거리의 안녕을 바라게 되는 시기에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