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가을 풍경 사진찍기 대회
글. @seodaemun.9 사진. 별첨
*이 콘텐츠는 서대문구청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대 거리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번 투어는 ‘이대로 괜찮을까’ 시리즈의 한 장면이었다. 11월 20일, 이대거리와 이화여대 캠퍼스 거리를 거닐며 단풍과 노을, 이대의 가게와 사람들을 구경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햇빛이 구름 속에 숨어 고개를 내밀어주지 않아 아쉬웠지만, 가을의 마지막 단풍과 이대의 풍경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하루였다.
이번 투어에는 신촌과 이대 거리를 사랑하는 인스타그램 ‘혼밥로그’ 운영자 미래님, 감각적인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양욱님, 커피에 진심인 바리스타 지훈님이 함께했다. 이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발견한 이대 거리의 매력을 시간 순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약속 장소로 선택한 곳은 52번가에 자리한 카페 ‘다방방’. 이곳은 1960~80년대 옛 다방의 인테리어와 메뉴를 재현한, 말 그대로 ‘다방 갬성’에 충실한 공간이다.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복고풍 카페들 가운데서도 다방방은 그 시대의 감성을 섬세하게 구현해 놓았다.
사장님은 앳된 외모였지만 '야무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다방에 직접 가본 경험은 많지 않다고 했지만, ‘다방 갬성’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쑥 라떼, 쌍화커피, 아이스커피, 미숫가루를 주문했다. 고전적인 단맛과 독특한 향이 어우러진 음료였다. 한 테이블에서 책 읽기 모임을 하는 중년의 여성분들의 낭독 소리가 가게 곳곳에 울려 퍼지는 오후였다.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할 즈음, 우리는 본격적으로 이대의 골목을 거닐었다. 얼마 전에 새로 문을 연 ‘모조모조 타코야끼’와 ‘아민 이화’, 그리고 ‘가죽공방 너태’를 지나며 골목의 신선한 변화를 느꼈다. 동시에 오래된 가게들의 흔적들을 마주하며 거리 속에 축적된 시간의 결을 상상했다.
디자이너인 양욱님은 낡은 간판의 폰트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며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저장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2층에 자리 잡은 수선집을 발견하고는 왜 하필 2층일까를 고민하며 그 배경을 추측했다.
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는 우리의 상상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골목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단서들을 엮어 나가며 이대 거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해 갔다. 마치 시간과 공간의 조각을 맞추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듯한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대 거리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미래님이 자신만의 힐링 장소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이대 캠퍼스를 걸으며 이대의 대표적인 공간인 ECC와 이대 굿즈샵을 들렀다. 굽이진 언덕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캠퍼스 깊숙이 들어가자, 자연스레 대화도 끊기고 발걸음에 집중하게 되었다.
십여 분쯤 걸어 도착한 곳은 저 멀리 북아현동 일대와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이었다. 뜻밖의 풍경에 일행 모두 넋을 잃고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오르는 내내 "이제 그만 오르자"며 운동 부족을 탓하던 우리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충분히 보답처럼 다가왔다. 가을빛이 어우러진 도시와 자연의 조화는 평범한 오후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대의 숨은 매력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은행나무가 쭉 뻗어있는 이대의 메인 거리로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의 기억 속에 이대 거리를 담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앞장서 거리를 안내하다 이대 거리에 처음 와봤다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다.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는 기억을 이대 거리 한 켠에 걸어두고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