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reelancer)는 E(Empty)와 G(Get)의 어딘가에 있다
프리랜서가 부러웠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프리랜서. 연차를 내기 위해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칼퇴를 지키려고 5시 59분만 기다리고 있을 필요도 없다. 내가 능력 있는 프리랜서라면 어디서든 나를 찾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회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막상 N잡으로 프리랜서의 길에 뛰어들고 나니 '에구머니나'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닌 고객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심지어 영업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내가 원하지 않는 시간에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장소 역시 고객의 선호에 맞춰야 한다. 여행이라고 갈까 하면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겹치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이거 뭐 생각했던 자유함은 온데간데없다.
오리는 물 위에 떠있기 위해 계속 헤엄쳐야만 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더라도 물 위에 떠있기 위해서는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오리 같은 프리랜서의 삶을 말로는 들어봤지만 실제 겪어보니 상당히 불안한 삶이다. N잡으로 프리랜서를 시작했으니 망정이지 아예 퇴사하고 뛰어들었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아찔한 일이다.
어딘가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홀로 일거리를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Freelancer)의 F는 E(Empty)와 G(Get)의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일거리를 구하면 Get, 못 구하면 Empty. 정말 구하거나 못 구하거나 둘 중 하나에서 매일 일희일비하게 된다.
현재는 숨고, 크몽 등 고객과 매칭을 해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경쟁자들이 쟁쟁하기 때문에 나의 서비스를 특출 나게 어필하지 않으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없다. 특히 숨고의 경우 최대 10명의 고수들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고수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고객 한 명당 매번 최대 1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리랜서로서 나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현재는 SNS로 인스타그램 계정과 블로그를 키워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 역시도 나의 주력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고군분투 중이다. 안되면 아웃소싱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마케팅을 의뢰할까도 고민하고 있다.
한 가지 더 고려하고 있는 점은 내 서비스가 필요할 만한 사람에게 직접 제안하는 방식이다. 면접 컨설팅이 필요할 만한 사람들이 몰려있는 취업준비생 커뮤니티나 대학 사무실 등을 고려하고 있다.
나의 서비스, 나의 강의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내가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도 오리 인생을 살아야 하는 프리랜서의 숙명이겠지만 한동안은 나에 대한 PR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물에 빠지지 않는 오리가 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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