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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Apr 14. 2023

아무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봄이다

봄이 아니라고 우겨왔지만 이젠 정말 봄이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이란 꾸준히 써야한다며 브런치가 몇번의 알람을 보내줬지만, 어플 알람을 꺼놨기 때문에 그 알람은 내게 도달되지 않았다. 그렇게 브런치를 내버려둔 채 몇달이 흘렀다. 작년엔 새해가 되면 꾸준히 써야지, 새해가 된 이후엔 봄이 되면 꾸준히 써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봄을 알리는 벚꽃마져 다 졌다. 벚꽃은 졌지만 여전히 경량패딩을 입을만큼 추우니 아직 봄은 아니다, 라는 치졸한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사실은 소설을 쓰고 있었다. 매우 조금씩, 더디게, 나 혼자만 꽁꽁 숨겨서 쓰고 있었다는게 문제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쓰고 있는 건 '이야기' 이다. 이 형태가 소설인지, 웹소설인지, 시나리오인지, 대본인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순수문학을 쓰기에는 어휘력과 깊은 통찰력이 부족하고, 대본과 시나리오를 쓰기에는 장면 구성과 연출력이 부족하다. 웹소설은 나도 많이 읽기는 하지만 회귀물과 빙의물 소재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형식에 맞는 걸까, 를 고민하다 겨울이 지나갔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쓰겠다 싶어서 일단 써보자, 되던 말던 뭔가를 써야 알지 싶어서 봄부터는 조금씩 끄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서랍에 저장 된 증거사진. 


1화의 등록 시점은 3월 5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5화가 저장되어있다. 10화까지 세이브 원고를 만들어놓고 부끄럽지만 연재를 시작해봐야지 했었는데, 며칠 전 교보문고를 둘러보다 그 꿈을 접고 말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와 같은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부지런했다는 것, 그래서 똑같은 소재의 책이 나왔다는 것. 굳이 핑계를 대자면 2월에 교보문고를 갔을때만 해도 비슷한 소재는 있으나 똑같은 이야기는 없어서 빨리 글을 쓰자, 라고 마음먹었것만. 4월에 둘러보니 똑같은 소재의 책이 나왔고 베스트셀러 구간에 있었다. 물론 그 책은 같은 소재이더라도 내 글보다 천배 쯤 잘 쓴 글이었다. 내가 좀 더 빠르게 글을 쓰고 연재를 시작했더라도 그 책에 묻혔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찍 꺼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이렇게 우물쭈물 게으름만 피우다 결국 5화까지 쓴 내 글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채 사장되었다. 대체 이건 뭐냐, 베스트셀러 책의 아류글이네, 비교도 못할만큼의 글이네 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시작을 하고 평가를 들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으른 자의 최후다. 


하지만 큰 자극이 되긴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단편소설을 써보고 있다. 스스로 쓰면서도 정말 재미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완성을 하고 늦지않게 공개도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피드백을 듣고 성장할 수도 있다. 


어제 밤에는 니트에 후드걸친 청자켓을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바들바들 떨면서 집에 들어갔다. 오늘 아침은 반팔 티에 도톰한 가디건 하나를 입고 나왔다. 이제 정말 핑계 댈 것 없이 봄이다. 아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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