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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Oct 22. 2023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풀업, 강화길

흔히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한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 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냐는 말을 대신하는 말로 자주 사용하는데, 실제로도 내 '몸(육체)' 하나 건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 예를 들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나를 위해 요리를 해 먹고 빨래를 하고 집을 정리하는 일들 등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소설 '풀업'의 주인공 지수는 서른여섯 살의 직장인으로 전세사기를 당해 엄마의 소유인(동생 미수의 경제적 도움이 섞인) 무궁화 궁전에 함께 산다. 모든 잘하는 동생 미수와 뭐든 느린(대학입시 실패로 인한 재수, 수차례의 아르바이트와 취업 불합격) 지수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에는 분명 차별이 있었고, 아빠의 사업 실패로 고모부에게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가족 간에 약간의 불균형이 있었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가정사지만, 당사자인 지수는 매일 새벽 악몽에 시달렸다. 새벽에 깨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힘들어 출근만을 기다리던 나날을 보내던 중, 집 밖에 나와 놀이터 그네를 타다가 한 사람을 발견한다. 매일 <무궁화 궁전> 앞을 지나가던 사람, 그냥 눈길이 가던 그 여자를 무작정 따라간 곳은 다름 아닌 헬스장이었다. 지수는 그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


혹시 저도 배울 수 있나요?

관계에는 언제나 서열(계급)이 존재한다.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가장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권력이다. 거기에는 무거운 부담감과 동시에 묘한 우월감이 섞여있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먼저였는지 알아차리지 힘든 복합적인 감정들이 여기저기에 부유한다.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쏟아내는 말들은 산란한 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그때 역시 지수는 전과는 다른 말을 한다.


엄마가 너만 보고 있을 때...... 부담스럽지?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려면 먼저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풀업(Full up, 턱걸이로 상체 전신 운동으로 주로 광배근이라고 하는 등 근육을 사용해 내 몸 전체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 가능해질 때야 비로소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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