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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Nov 16. 2023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단 한 사람, 최진영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나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욱신거렸다. 나는 나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는 동안 '삶'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최진영 작가의 책은 예측할 수 없다. 그의 생각이 다다른 곳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수없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통달이 한없이 경이롭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깊은 사유가 불가능했다. 나를 관통한 이야기를 추스르기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단 한 사람, 최진영 (한겨레출판)


목화는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목화의 엄마인 장미수가 그랬고, 미수의 엄마인 임춘자가 그랬다. 그들은 삼대에 걸쳐 죽음을 목격하고 그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었다. 신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실은 나무였고, 그는 곁에서 우리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삶과 죽음은 마치 우연 같다. 이유 없이 태어났고, 언젠가 끝이 난다. 그 시작과 끝을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다만 우리는 서로의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서로 똑바로 향하여' 우리는 삶과 죽음을 대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쉬이 인물의 이름이 외워졌다. 임천자(天子, 하늘의 아이)는 장미수(薇樹, 장미 나무)를 낳고 장미수는 일화(日花, 날의 꽃), 월화(月花, 달의 꽃), 금화(金花, 황금 꽃), 목화(花, 나무의 꽃), 목수(木樹, 나무)를 낳았다. 그리고 일화는 딸 루나(Luna)를 낳았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Luna)은 지구를 공전한다. 개별적인 존재가 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죽음이 소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단 한 명의 기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겨우 단 한 명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건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죽음과 삶은 떨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의 내게 매일의 일상이, 내 곁에 (살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지를 말해준다. 우리는 그렇게 단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삶'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살아있는' 이 순간이 참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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