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나를 아주 괴롭게 만드는 주체는 남도 아니고 나 스스로이다. 자책이 그 주인공이다. 하루하루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으레 새로운 걸 찾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정보의 창고인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믿고 이것저것 보곤 한다. 그리고 시작한다. 그리고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포기하고 일상복귀 한다.
매달 매년 반복되는 패턴이라 이제 새롭지도 않다. 시작하고 포기하는 이 반복된 패턴으로 자존감은 항상 바닥을 친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정말 너는 이 정도밖에 안되나? 남들은 끈기가 굉장히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나 자신의 의지력만 탓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며, 도대체 왜 이렇게 의지력이 없을까, 이 의지력과 지속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그 원인을 밝혀 내기 위해 투자를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 영상하나로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마음속에서 쾌제를 부를 만큼의 명쾌한 답이었다.
김정운박사가 '지식인사이드'라는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위와 같은 그래프를 인용하면서, 정말 뇌에 쇠망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참을 생각을 하였다.
'삽질도 처음은 재미있다.'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만큼 처음 시작은 무엇이든 다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분명히 흥미와 재미가 있었으니 시작을 했을 터였다. 그러다가 길게는 2주 짧게는 하루도 되지 않아 금방 지치게 되는데, 원인은 두 가지다. 그간 진행했던 수많은 일들, 포기했던 일들을 되짚어 보니, 정말 그러한 듯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새롭게 시작한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바꾸어 말하면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다 보니 겁먹고, 두렵고, 불안하여 그냥 포기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에겐 흔치 않은 이야기 이긴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 일이 너무 시시해서 그냥 안 하게 되는 경우이다. 어떤 새로운 일이라는 걸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미라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나의 실력과 새롭게 시작한 일의 난이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재미라는 요소를 지속적으로 가져 가야만 중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의 '게으름', '완벽주의 성향', '일을 마루는 습관'등등 좋지 않은 모든 것들을 타계하는 아주 중요한 깨달음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은 시작도 못하고 지레 겁먹기 마련이다. 가령 배달의 민족 같은 어플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IT의 문외한 사람이 시작한다고 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벤치마킹 하기 위해 배달의 미족 어플을 열어서 보면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기에 포기한다.
그런데 그 어플을 만들기 위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업무단위로 쪼개고, 또 쪼개고, 또 쪼개다 보면 코딩학원을 등록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즉, 나의 실력과 난이도의 간극이 너무 크다면 난이도를 계속 낮추어서 실력과 난이도를 비슷한 선상에 두어야 포기하지 않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실력이 조금 올라가면 일의 난이도를 조금 높여서 지루함을 또 방지하고, 도장 깨기를 하듯이 레벨 업되는 재미도 챙겨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사실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구매대행이라는 새로운 일을 벌여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시작도 못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팔아야 할지 등등 너무 많은 일들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운 박사가 제시한 그래프를 통해 통찰을 얻었으니, 일단 잠들어 있던 스마트스토어를 계정활성화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 것 같다. 그리고 알리익스프레스에 들어가서 내가 관심 있는 카테고리의 상품을 거의 마진 없이 스마트스토어에 올리는 게 다음 스텝일 듯하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낮추는 작업을 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모든 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접근으로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읽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이해하기 위해 더 쉽게 풀이한 책들을 하나하나 독파해 나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