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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15. 2022

내가 집 팔고 나니 1억이 올라버렸다

다음 사람이 먹을 것도 남겨둬야지


인생은 참 묘하다. 운이 좋은 날도 있는 것 같고, 운이 나만 비껴나가는 날도 있는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냥 운에 맡기고 될 데로 살아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나?' 더 큰 욕심에 또 이사 가기로 결정하고 집을 팔았다. 그런데 팔고 나니 이게 웬일인가...




이게 말이 되나? 순식간에...

1억이 올라버리는 게 정상?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 판 걸까? 또 갈아타기로 결정하고 집을 내놓았다. 그리고 다행히 집을 내놓자 마자 하루 만에 매수자가 나타났다. 물론 지난 실거래 내역을 보았을때 내가 내놓은 가격은 신고가 금액이었다. 로열동, 로열층이었기에 그 정도 금액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집을 갈아타는 건 언제든 어렵다. 이사 갈 집을 먼저 사놓고, 현재 집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현재 집을 먼저 팔고 이사 갈 집을 사야 할지. 그 중간 어디 즈음에서 재빨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리 살던 집을 팔았는데, 사기로 한집의 집값이 멀리 도망가 버리면, 한순간 집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이사 갈 집을 먼저 샀는데, 현재 거주하는 집이 팔리지 않으면 계약 파기까지 해야 한다.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동시에 진행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을 구매하려는 매수자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이사 갈 집의 지역으로 곧장 이동했다. 매수 의사를 확실히 밝혔고, 매도자의 희망금액에 금액을 깍지도 않고 흔쾌히 사기로 하였다. 그렇게 서로 합의가 되고 가 계약금을 송금. 동시에 현재 나의 집을 사기로 한 매수자에게 나의 계좌번호를 주고 바로 가계약금을 받았다.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상한 낌새가 포착되었다. 그사이 부동산 정책이 추가로 발표될 것이라고 공표가 되었다. 막차버스를 타야 할 것 같은 공포가 시장을 잠식했다. '도대체 이놈의 부동산 정책은 몇 번을 발표하는 거야?' 이젠 공부하기도 지쳤다. 무슨 말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쳤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시기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대출규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집은 내 미래를 저당 잡고 대출로 사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월급 모아서 집을 살 수가 있나요!'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정부는 내 맘과 같지 않다. 신문기사들은 온갖 부동산 정책과 향후 전망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그러고 이내 내가 판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되더니,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1억 원 더 비싸게 거래되어 실거래가 찍혀 버렸다.




속 터지게...

실거래가를 게시판에 왜 붙여?



참 희한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집을 팔고 나니 1억이 올라버려 속 쓰린 것도 겨우 버티고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게시판에 붙어져 있는 국토부 실거래가 현황. 관리실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붙여놓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 집값이 올라가고 있으니, 어깨 한번 으쓱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세 사는 사람들은? 월세 사는 사람들은? 게시판에 실거래가 내역을 실시간으로 프린트해서 공개해놓으면 박탈감 느끼는 건 어떻게 하라고? 항의를 하고 싶지만 나도 집을 판 마당에 무슨....



아직 부동산 사고파는 스킬이 부족해서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판 내 잘못도 있으리라.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한두 달 만에 직장인 몇 년 치 실수령 연봉인 1억이 한 번에 뛰는 게 정상일까? 묻고 싶었다. 정부에. 그리고 이 자본주의 시장에. 하지만 난 참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떠나기 싫으면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서 나만의 살길을 찾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아무래도 내가 마켓 타이밍을 잘못 판단한 것 같아. 아직 사고파는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 사람 운이라는 게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야'. 시장을 탓하는 것보다 나를 탓하니 마음이 편했다. 시장을 탓한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하지만 나를 탓하고 '다음에 거래할 때는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기술로 더 잘하면 되지. 그렇지?'라고 다독이니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도 섰다. 첫 번째 구매한 나의 집값이 요지부동일 때 친구 집값을 널뛰기를 했었고, 그때는 배도 아프고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더랬다. 그때 미성숙했던 나의 정신과 나의 삶의 태도를 반성했었다. 그리고 그때 배운 삶의 교훈이 집을 팔자마자 1억이 순식간에 뛰어버린 린 작금의 상황에 초연해질 수 있는 단단한 굳은살을 만들어 주었다.



인생은 참으로 길다. 누군가 옆에서 잘되었다고 배 아파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내가 남들보다 잘되었다고 해서 자만하고, 우쭐해해서도 안된다. 각자 자신들만의 인생시계를 들고 사는 것이고, 다만 이번에는 내 차례가 아니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흘러, 나의 인생시계에 들어맞는 시기는 찾아오니 조급해할 필요도, 현재를 후회의 감정으로 살아갈 필요도 없다.



이런 명언도 있다.

"다음 사람이 먹을것도 남겨 둬야지"

그렇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난다. 그다음 먹을 사람 몫도 남겨둬야 나에게 행운의 화살도 찾아오는 법이다.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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