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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17. 2022

서울 자가에 몸테크 중입니다

몸테크 (몸빵+재테크)


"2차 정밀 안전진단 통과". 참 이상한 나라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안전진단 통과란 '집이 무너질 정도로 위험하니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즉, 계속 이곳에 거주하면 내일 당장 집이 무너져도 목숨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다들 축하하고 파티를 벌리고 있다. 낡고 건물 외벽에 금이 더 많이 가면 갈수록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가고, 그것에 더 신나 하는 사람들, 이곳은 대한민국.




부린이는 아직도 성장 중

이젠 재건축 공부 좀 해볼까?



서울에 내 집 한 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적은 없다. 그렇다고 투자를 잘해 돈을 많이 벌어서 지금 서울에 아파트를 사게 된 것도 아니다. 양가의 결혼반대가 있었고, 이를 타파하고자 분양권을 피주고 샀고 그때 첫 집이 생겼다. 3~4년을 거주했지만 집값이 1원 한 푼 오르지 않았고, 서울로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였다. 운이 좋아 부동산 상승기 급물살에 휩쓸려 자산가치가 상승했고, 그것에 힘을 얻어 부동산을 더 공부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자산을 더 키우고 싶은 생각에 서울의 마용성이라 불리는 곳에 재건축 초기단계의 아파트로 또 갈아탔다.



돌이켜 보면 애초에 신혼집을 자가가 아닌 전셋집으로 시작했더라면 지금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관심도 생기지 않았을뿐더러, 서울에 내 집 마련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 같다. 크든 작든, 작은 씨앗이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씨앗마저 뿌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뭐라도 했으니 뭐라도 일이 일어난 것이다.



27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올해 36살이 되기까지 6개의 집을 거쳤다. 기숙사를 거쳐 두 번의 전셋집, 그리고 세 차례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이제 부동산을 10% 정도 안듯한 느낌이다. 흔히 몸테크라고 이야기하는데 현재 나는 서울에서 오래된 아파트에 녹물을 받아먹으며 생활중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에 직접 깨지고 부딪히며 알게 된 10% 지식에는 '서울에 새 아파트에 살려면,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은 꿈도 못 꾸는 거다. 결국 새 아파트로 변신할 헌 아파트에 사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라는 사실이 포함되었기에 몸테크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서울에 위치한 집에 놀러 오면 여러 차례 놀란다. 첫째는 서울에 산다길래 성공한 줄 알고 집에 찾아왔는데 허물어져 가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1차로 놀라고, 집안으로 막상 들어오니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한 모습의 반전을 보게 되니 2차로 놀란다. 그리고 궁금해서 아파트 가격을 물어보고, 현재 가격을 듣고 3차로 기겁한다. 매번 같은 반응들이지만 나 역시 이상함을 느낀다. 이렇게 물을 틀면 녹물이 나오고, 겨울철에 영하로 떨어지면 복도식 아파트에 노출되어있는 계량이 탓에 동파 위험이 있으니, 물을 틀어놓고 자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조금만 무거운 짐들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타면, 그 무게를 견디질 못해 고장이 나서 서버리고. 2중 3중주차가 너무 익숙해서 새 차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안 들고.(2중 3중 주차된 차들을 밀다보면 다른 차들과 사고는 일상다반사이니 새차사는게 의미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오래된 아파트에 몸테크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돈을 벌기 벌고 싶으니까. 새 아파트에 살고 싶으니까. 그러니 젊음의 연골을 갈아 넣어서 미래에 투자하는 게 아닐까.




저는 YOLO를 추구한는데요

굳이 그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현재를 만족하며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비춰질수 있다. 집이 무너질것 같다고 현수막이 걸려있으면 더 좋아하고, 집값 올라간다고 꽹과리를 울려데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녹물이 나오는데도 감내하며 살고, 2중 3중주차된 차들을 묘기부리듯 요리저리 비켜가며 출퇴근하는 풍경들을 보며 '돈벌어서 뭐해요? 그렇게까지 살아야 되요?' 라고 물을수 있다.



한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그들의 그런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볼수는 없다. 그런데 한살 두살 살아가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하나둘씩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가며 느끼는 바들이 있었다. 그런 경험들은 당시에 쓰디쓴 보약같이 먹고 싶지 않았지만, 몸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사탕과 함게 삼키던 때도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견디기 힘들지만 곧 입안에 들어올 사탕을 기대하며 이내 목구멍으로 보약을 억지로 부었더랬다.



'저는 아등바등 살기 싫어요. 구두쇠처럼 근검절약 하면서 젊은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꼰대처럼 어설프게 조언하는건 위험하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마치 내가 하는 방식이 삶의 정답인양 가르치는것 옳바르지 않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그 한순간의 선택으로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위치에 있게 되는건 사실이다. 두개의 선택지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같은 결론에 이르지는 않는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느냐, 미래의 만족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포기하느냐. 참 어려운 질문인것 같지만, 나는 후자를 선택할 뿐이다.



짧은 삶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몸테크를 하기로 결심하였고, 지금도 녹물을 마시고 있고 내일도 녹물을 마실 예정이다. 몸빵 + 재테크. 참 이름도 잘 지었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젊음의 연골을 갈아넣어서도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단어, 몸테크. 그렇게 나는 서울자가에 몸테크를 하며 한단계 자산 점프를 위해서 오늘도 공부중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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