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리 조개의 생사론 -
태어나면서부터
죽은 것
뼈를 드러내고
뼈로 살아간다
꽉 다문 뼈 안에서
컴컴한 생명은 펄떡이고
바깥의
빛나는 죽음은 단단하고 곱다.
뼈 안에 살을 숨기는 건
죽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
살 안에 뼈를 숨기는 건
삶의 이름으로 죽어가는 것
사느냐 죽느냐...
말을 하고 싶은데
죽음을 열지 못한다
입이 몸이고 삶이고 그것들을 다물어 예고하는 죽음은
파도를 견디는
침묵이다.
그러니 죽음의 상징인 뼈를 숨긴 살들이
죽겠네... 죽겠네... 죽겠어... 노래할 때
그 텅 빈, 물컹한 삶을 바라보며
단단한 죽음은
껍질이 되어
태양을 뒤집어쓴다.
파도를 새겨놓고 삶을 기다리다
완전한 고요를 얻고 난 뒤에서야
쉽게 열리는 입
어려운 삶이
더는 없으니 홀로 열리는
패총, 무수한 죽음이 건재하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화석같은
가끔 구멍을 내어 슬픔을 숨쉬던
속으로만 울던
한 생명
- 김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