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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되고 싶다

가끔 다른 존재가 부럽다.

by 김틈


이 늦은 밤

나도 피곤한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온 아내도 피곤하다.

건조기 속 빨래들을 미리 정리 못한 눈치와 미안함에

늦은 소주 한 잔 눈치 보며 마시는데

빨래를 꼬옥(꼭 아니고 꼬옥) 안고 가는 사람.


나도 저 빨래처럼

꼬옥

안겨보고 싶다.


얼마나 깨끗하게

얼마나 순하고 향기로워야

저렇게 안길 수 있을까?


늘 매일 바닥에 떨어진 일상과 땀을

닦고 닦고 버티는 나는

안기고 싶은

발판 아니면 걸래일까?

땀냄새 지워지지 않은 빨래일까...


그래도

깨끗해진 하루, 방바닥 위를 종종 대는

소리들이

귓가에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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