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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Sep 28. 2024

어린 왕자의 독재

별이 되어라 어른아.

왕국을 하나씩 갖고 태어나지만

그 왕국을 떠난 아니 그 왕국을

제 발로 버리고 간 뒤

나도 제국의 백성, 나도 제왕이라

큰 소리 치다...토라져서는

나이 들어 다시 무허가 왕국을 증축해

왕이 되려고

목청을 키우는 건

슬프게

시끄러워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요.

은하철도 999의 철이도

말했잖아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별 하나에

왕국 하나에

딱 한 명의 백성


그 백성 너 자신을 독재하라고요.

일인용 왕국에

누군가를 납치해서는 독재하지 말고요.

점등인의 별에

여우를

모자의 별에

보아뱀과 코끼리를

함께 가두지 말아요.


그러면 별은 감옥이 되니까


혼자 외롭게

그 둥근 별을 구르며

그 별이 되어요.


이제 수염을 깎고

지갑을 내려두고 사막을 찾아가요.

그 어떤 성벽을 만나도


별은 없어요.


당신이 완전히 길을 잃고

당신 자신까지 잃고 완전히

완전히 길 위의 당신을 잃고 난 그 둥근 곳이


별이에요.


우리

거기서 만나요.


나는 당신도 별도 갖지 않을 테니

누구도 들이지 말고

누구도 가두지 말아요.


그렇게 외로워야 별이 되는 것.

그렇게 별이 돼야 노래하는 것.


========경의중앙선 32114 2호차 은하철도에서


별이 되고픈 늙은 친구들의 초저녁 고성방가를 듣다

눈물이 돈다. 중년을 지난 저 늙는 마음의 어딘가 깊고 큰 사막이 있고. 소년은 거기서 길을 잃었다.


길을 잃은 건 어린 날의 별을 잃었기 때문. 어린 왕자를 못 알아보기 때문.


다들 늙고 커버렸는데 혼자 어리게 침묵하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이 어린날 운동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별처럼 켜지는 집집의 창문의 빛을 보다가 집에 오는 길과 같은 더운 가을 저녁.


술에 취한 친구들에게 남기고픈 말


...

주정뱅이의 별에서.

....

왜 술을 마셔요?

잊기 위해서.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창피함을 잊기 위해서.

뭐가 창피한데요?

술을 마시는 게 창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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