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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Sep 28. 2024

그림자의 그림자

그리움의 그리움

<그림자의 그림자>


그림자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의 생사는

기다리는 것


기다리는 것조차

기다려야 기다릴 수 있는

한 밤중 같은

마음이 있다.


눈부신 만남

뒤로

길게

이어지는

그림자의 그림자

슬픔의 슬픔

너의 너


무심히 멀어지면

키가 한 참이나 자라나서도

떠나지 못하고

내가 울면

따라 울고

기다리다 잠든 마음 옆에

홀로 깨어 기다리다

환하게 웃으며 사라지는

파도의

아침 노래


그리움도 드러내 그리워하지 못하는

그림자의 그림자


마음의

한 밤중에

조용히 발끝에 찾아와

내가 누우면 내 등뒤에 눕고

내가 일어서도 너는 눕고

풀처럼.

따라 누운 내 옆에서

눈물처럼 투명하게

다시

기다리는


(사진-김틈 : 2018년 가을 마두동 셋집 앞 길의 낙엽과 그림자. 아이들 노는것 지켜보던 중에...)


평행우주를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현실에서도 그렇다.

하나의 운명, 하나의 슬픔이 거기서 유일하고 거기서 끝나진 않는다. 나는 유일하지만 혼자이지 않다.


슬픔을 슬퍼하는 것은 재난 같은 시대에 희망을 구하는 유일한 공식이 되었다.


깊은 그림자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그림자의 투명한 그림자가 되어주는 마음들이 있다. 눈물 흘린 다음 마음의 눈물이 되어줄 온기 가득한 손들이 있다.


우르르 태안 바다로 몰려가 검은 기름 뒤집어쓰고 비명 한 마디 못 지르는 물살이 바다생명, 돌과 풀의 시커먼 눈물을 닦아주던 마음이 있었고.


수학여행길의 바다에서 젊은 축제의 거리에서 먹고살자고 나간 일터에서 나라를 지키자고 입은 군복에서 길고 슬프게 그림자가 지면 그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어주는 눈물들이 있다.


일상의 절망과 깊은 우울도, 닿을 수 없어 행복한 절망이 된 사랑도 그림자의 그림자가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찍은 저 사진 중에는

아이들의 그림자가 함께 찍힌 사진이 있다.

훌쩍 자란 그림자를 쓰다듬어주다가 눈물이 핑 하고 그림자 위로 돌았다. 출렁이는 검고 깊은 우주의

순간마다 긴 그림자들이 나를 기다리며 나를 그리워하며 포근히 쓰다듬는다.


(사진-김틈 : 집앞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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