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훈장

입원실의 창가 자리

by 서인석

몇주째 병실에서 보낸 즈음. 통증은 지속되고 차도는 없는 때. 나아지는 것이 없어도 병원에서 해야 하는 조치들은 반복된다. 아침마다 체중을 재거나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하거나 혈압을 재는 등의 행동들이다.



옆 침상의 환자들이 퇴원하고 새로 들어오고를 반복했다. 6인실의 침상 중 나만큼 같은 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람이 없구나를 느낄 즈음. 내 체중은 50 킬로그램 초반대까지 내려가 있었다. 복통은 기본값이고, 온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을 때다.


그날도 반복되는 조치에 따라 체중계에 올라갔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고 1~2초 정도 모든 것이 사라졌다. 쾅 하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귀에 들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팔에 꽂힌 주사줄에 엉킨 상태로 바닥에 있었다.


이윽고 스멀스멀 다리와 엉덩이의 통증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체중계에 올라가려다가 넘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크게 넘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정작 그 순간은 남의 일처럼 들렸고, 나중에서야 서서히 내 통증으로 다가온 특이하고 기분나쁜 기억이다.


이미 길어질대로 길어진 입원 생활에, 병의 통증만큼이나 스스로에 대한 비참함이 켜켜이 쌓여가던 중이었다. 허벅지와 다리의 근육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제대로 서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에, 이미 바닥인 줄 알았던 비참함은 땅 밑으로 꺼져들어갔다.



환자가 넘어졌다는 사실은 의료진에게 또다른 큰 관리 포인트였던 모양이다. 이후 주사 걸이대에는 '낙상주의'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어차피 아픈 사람들만 모여있는 입원실임에도, 나는 그 스티커가 정말로, 정말로 부끄럽고 미웠다. 그건 마치 학생에게 '미진아'라고 붙여놓은 것 같았다. 마음 속에만 머무르던 비참함을 플랫카드로 걸어둔 것 같았다.


이런 내 마음과 상관없이, '낙상주의' 스티커는 퇴원 날까지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주사를 떼어내고 병원을 나갈 때에서야 주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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