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의 창가 자리
많이 잊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며, 실제로 많이 잊기도 했다. 병원에서 겪은 고통의 순간들을. 그래도 이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작은 조각들로 남아있다가 비슷한 요소가 발생하면 찔끔찔끔 기억을 되살려준다. 중심정맥관의 흔적이 여전히 오른팔 안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입원실의 위생관념은 과하다라는 말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다. 간호사든 의사든 침상 근처로 다가오면서 항상 손을 세정제로 닦으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분, 아니 몇십초 안되는 의료행위만 하고 돌아가더라도 다시 같은 세정제로 손을 닦아냈다. 6인실 병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그렇게 최소 여섯번, 혹은 열두번 이상을 세정제로 손을 닦았다. 모든 침상의 발 부분에는 세정제가 항상 모자라지 않게 채워져 있었다.
벌써 5년전이 되어버린, 온 지구가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에 공포로 뒤덮였던 시절. 손 세정제가 의료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병원생활의 아픔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다시 깨어났다. 세정제의 냄새 때문이었다. 퇴원 후 진료차 병원 방문때가 아니면 그 냄새를 거의 맡을 일이 없었는데, 매일같이 맡아야 하는 세정제 냄새는 단지 냄새로 끝나지 않고, 아예 그 당시 입원실의 침대에서 아팠던 그 부위가 동일하게 아픈 것같은 느낌까지 주곤 했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시기에, 코로나의 공포만큼이나 세정제의 냄새 때문에 자주 아찔했고, 세정제를 직접 사용해야 하는 순간에는 가급적 가장 적은 양을 손에 짜서 억지로 억지로, 공포에 떨면서 사용하곤 했다.
처절하고 지긋했던 입원실도, 전염성이 높았던 바이러스도, 다 떠나갔다. 그래도 냄새의 조각은 나의 어딘가에 버튼으로 남았다. 그 버튼이 눌리면 나는 또 진저리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