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보이지 않는>을 읽고 폴 오스터 소설에 빠져들었었다. 그 뒤에 <공중 곡예사>, <달의 궁전>, <빵 굽는 타자기>, <브루클린 풍자극>을 차례로 읽으며 그의 글 세계를 동경하고 사랑하게 됐다.
그의 책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새 책으로 한꺼번에 살 수 있었지만, 너무 쉽게 그의 책을 획득하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만큼 천천히 어렵게 모으고 싶어, 나만의 규칙을 정했다. 중고책방 갈 때마다 마침 있는 그의 책을 한 권씩 사기로. 그렇게 조금의 노력과 조금의 우연을 섞어가며 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우연'의 기법으로 유명한 그의 소설 쓰기 방식으로책을 모은 셈이다.
내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폴 오스터의 전작이 자리 잡고 있다. 한동안 꺼내지 않은 그의 책을 조만간 다시 읽을 계기가 생겼다. 더 이상 그의 신작을 접할 수 없다는 게 서운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남긴 세계는 충분히 완전에 가깝다고 생각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