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도 커피도 즐기지 않는다. 콜라가 제일 맛있다. 탄산음료를 먹지 않은 날은 잠자기 전에 막 당긴다. 술이나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것들이 대체 뭐가 맛있는 거야? 하다가도, 아 내가 콜라 좋아하듯 저들도 저것들이 당기는 거겠지 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사실 고급진 와인을 테이블에 올려둔 사진을 찍거나, 원두를 손수 가는 사진을 보면 정말 고급스럽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근데 콜라를 마시거나 콜라가 컵에 담긴 사진을 보면, 끽해야 시원하겠네, 하는 느낌 밖에 안 준다. 콜라 마시는 사람을 떠올리면 별로 건강한 이미지가 아니다. 다른 손에 햄버거를 든 과체중의 남자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난 콜라가 좋다. 어떻게 해도 폼이 안남에도 불구하고.(김연아와 박보검의 콜라 광고를 보면 저들이 콜라를 먹을까 의심부터 든다) 나를 돋보이게 하지 않음에도,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의 말을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게 찐사랑 아닌가.
많은 전문가들이 탄산음료의 해악에 관해 말하는 걸 들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탄산음료 속에 무지막지하게 들어있는 당은, 연쇄적으로 당을 부르고 그 당들은 몸에 나쁜 짓을 한다고. 나를 갉아먹고 상하게 하는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도 변화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콜라 대신 제로콜라를 먹기로 했다. 그간 제로콜라의 맛을 얼마나 비웃었던가. 내게 콜라와 제로콜라는 완전히 다른 음료였다. 맛의 차이가 현격했다. 이제 옛사랑을 보내고 새것에 적응하는 중이다. 매정하지만 옛 것을 단번에 청산했다. 엊그제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난 펩시콜라를 비웃던 사람이었는데, 제로 콜라는 코카보다 펩시가 더 괜찮게 다가왔다는 것.
뭐든 쉽게 비웃을 일이 아니다. 또 모르지, 찐한 보리차 아니냐며 비웃던 아메리카노에 푹 빠질지. 쉽게 일어날 일 같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