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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작가 May 27. 2023

Hi 런드리고, Bye 한신 세탁

디지털 러버

 우리 동네에는 오랫동안 나의 세탁물을 담당해 준 한신 세탁이 있다. 아파트 후문에 위치한 세탁소라 이용객들은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거나, 나같이 주변 빌라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다. 동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서비스. 올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눈인사하시고,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아저씨가 계셔서 자주 찾게 된 것도 있었다. 그런데 한동안 방문이 뜸했던 사이 무슨 일이 생기셨는지, 언제부턴가 그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장승처럼 뚝심 있게 버티고 계신 세탁소 사장님은 그대로셨다. 


 말수는 적으시지만, 사장님은 항상 옷을 다리고 계시거나 수선을 하고 계셨다. 얼핏 스치면서 보아도 야무진 손놀림과 깔끔한 성격이신 것 같았다. 나의 원피스며, 트렌치코트며, 패딩이며 항상 조심스레 받으셔서 오염되거나 얼룩진 곳을 확인하시고 옷 종류대로 값을 매기신 후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으면 접수 완료. 보통 2~3일 후에 완료된 옷을 찾아가라는 문자가 온다. 그러면 나는 퇴근길에 들러 깔끔하게 세탁된, 아껴 입다 큰 맘먹고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던 나의 옷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퇴근 후 일정이 꽉 차 있는 주나, 이런저런 일들로 바쁠 때에는 세탁소를 들러서 옷을 맡기고 또 찾으러 가고 하는 일들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걸 누가 담당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는지, 어느 날 '런드리고(Laundry Go)'라는 세탁대행앱이 생겼다. "오~ 이거 물건이다! 이건 꼭 해봐야 돼."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호기심 많은 내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더구나 평소에 불편함을 느끼던 세탁물 맡기고 찾는 일을 대신해주는 앱이라니!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고, 옷 종류별 가격을 확인했다. 한신 세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었다. (더구나 요즘 물가가 올라서 세탁비까지 조금씩 오른 상황) 세탁을 맡기려는 옷감별 세탁비를 총 합쳐서 16,500원 이상이면 수거배송비 3,800원만 지불하면 됐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급하게 세탁해둬야 할 옷을 맡기고 찾을 시간도,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을 땐 정말 최고의 서비스라 생각한다. 봄철 내내 입었던 회색 정장 바지와 카키색 트렌치코트를 집에 있던 종이백에 담아, <런드리고 - 개별클리닝>이라고 적어두면 끝. 회원 정보에 입력한 우리 집 주소로 기사님이 오셔서 가져가시면 수거 완료. 



세탁물 수거를 주문함과 동시에, 카톡으로 세탁물을 내놓으셨냐고 친절한 안내 메시지가 온다. 기사님이 방문했을 때 세탁물이 없어서 수거하지 못하면, 방문비용이 부과되기 때문. 그래서 옷을 내놓음과 동시에 주문을 해야 하는 것이 팁이다. 수거가 완료됐을 때도 현장에 둔 내 종이백 사진과 함께, 잘 수거 됐다고 안내 메시지가 오고, 바로 다음 날 하루 만에 세탁이 완료돼서 런드리고 라이트백에 담긴 세탁물이 집 문 앞에 걸려있었다. 

런드리고의 편리함을 한 번 맛보고 나니, 당분간 한신 세탁에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졌다. (아저씨 죄송해요) 물론 수선이나 특별한 요청(?)을 해야 하는 옷은 직접 가서 맡겨야 마음이 편하겠지만, 일반 바지나 셔츠나 외투 정도는 빠르고 편리한 세탁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삶의 질 향상에 꽤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다. 그런 편리함을 통해 좋은 기분과 만족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좋은 서비스나 기술을 내가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지혜이지 않을까. 이상 런드리고 사용 후기(?)였습니다! (광고 아니라 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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