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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Aug 21. 2022

베스트셀러가 베스트는 아니다

 

 서점 매대를 서성이며 표지 디자인을 살피고 제목을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밝은 느낌의 일러스트로 디자인된 표지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옷도 책도 취향이 한결같다 느낀다. 밝은 조명을 받으며 진열된 책 위로 ‘베스트셀러’ 글씨가 반짝인다. 빛을 보면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내 손도 자동반사적으로 불쑥 나아간다. 책을 집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두세 문장을 읽어본 후, 다시 앞장으로 가 목차를 찾아 한 장 한 장 넘긴다. 목차를 훑다 눈에 들어오는 흥미로운 제목이 있으면 다시 뒤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해당 페이지를 찾는다.  한 문장 정도를 읽다 보면 어느새 펼친 종이 위로 그 뒤 글의 음절이 하나둘 떠올라 뒤죽박죽 엉켜버린다. 눈에 힘을 주고 엉망이 된 글자를 제자리에 배열하며 아주 느리게 또박또박 읽어본다. 금세 피로감이 몰려온다. 난독증인가... 글 읽기를 멈추고 오른손가락에 잡힌 남은 페이지를 촤르륵 넘겨본다. 마치 그리하면 내용이 자동으로 흡수되어 배 속이 가득 차오르는 포만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언젠가부터 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 오랜 시간 집중해 읽기 어려웠고, 끝내는 글자가 엉망으로 배열되어 이상한 단어로 보이기도 했다. 눈으로 보지만 뇌까지 전달되지는 않는 갑갑한 현상.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아직 젊은이인데? 싶다.


그러다 매대에서 물러나 벽면 책장 높은 곳에 꽂혀있는 책을 손에 집어 들고는 그런 현상이 사라짐을 느꼈다. 매우 잘 읽혔고, 그 책을 든 채로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아! 그전에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와 맞는 책을 찾았다. 표지 안쪽을 펼쳐 작가 소개를 읽어본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보물을 발견한 듯 구매한 책을 한쪽 팔에 끼고는 집에 가서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눕다시피 앉아 편하게 읽어보겠다는 셀레는 기대감으로 서점을 나선다. 


베스트셀러가 나에게 무조건 베스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서점에서 책을 발굴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어떤 보석을 발견할지 기대되고, 아직 만나지 못한 보물이 얼마나 많을지 가슴이 벅차다. 그런 의미로 다양한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많은 곳을 유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빛을 보고 달려드는 손길을 만나게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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