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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Oct 13. 2024

남매의 노래

우울을 얇은 기름 종이 깔듯 하고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힘에 겨워 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가 있다.

그것이 번역이든, 엄마를 돌보는 일이든, 이중 돌봄이든.

화요일에 엄마집에 왔다가 일욜 오후 돌아가는 길.

이틀을 남동생과 둘이 엄마를 돌보았고, 엄마의 욕창 마지막 드레싱을 할 때 내심 안도했다. 아물어가는 상처는 우리가 얻은 메달이었다.

얼굴을 안 보고 남동생과 나누어 엄마를 돌볼 때는 몰랐으나 이틀 밤낮을 마주하고 있어보니 그와 나의 하루가 다르지 않고, 혼자보다는 둘이 돌볼 때 덜 힘든 것을 보니 그 아이도 근 1년 엄마 돌봄이 힘들었겠구나, 애 많이 썼겠구나.. 짐작이 갔다.

얇은 기름 종이 같은 우울에 번지는 슬픔이 바스락 소리를 낸다. 영혼의 깨달음. 돌봄을 돌보는 남매의 지붕에 붉은 감이 열린다. 그것을 동지애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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