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우스는 아파보였다.
요양보호사의 직관으로는 여름을 나지 못할 것 같았고, 매일 소주 반 병을 드시는데다가 양손마비인 뮤즈의 저녁을 주지 않고 저녁내내 앓으면서 잠들어 있는 날이 많았다.
나는 뮤즈의 요양보호사로서 그녀의 저녁을 준비해놓고 나와야 했는데 제우스는 여러 날 장을 보지 않아 먹을 것이 없었다. 집에 있는 떡과 과일을 나누어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 퇴근 길에 성산의원에 가서 이번주 월요일로 영양제 예약을 잡고 6만 원을 지불했다.
월요일 영양제를 맞은 제우스가 자리를 털고 장을 봐오셨다. 그리고 이렇게 더운 날에 부엌에 서서 닭똥집 요리를 해서 먹으라며 프라이팬째 상에 놔주고 들어가셨다. 뮤즈와 나는 점심으로 술안주 비슷한 들기름에 구운 닭똥집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 가정이 오래오래 건강하길 빌었다. 막노동으로 새끼손가락이 굽은 제우스가 허리 통증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드시는 걸 아는 나로서는 아픈 아내의 저녁밥을 주지 않는 날 얼마나 자신을 탓할지도 안다. 이 분들이 집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해가 앞으로 몇 해가 남았을까. 1944년생 제우스의 몸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찬밥으로 밥맛이 없는 제우스와 뮤즈가 가볍게 드실 누룽지를 프라이팬에 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