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로그 출간 후기 3] 20대의 나에게 바치며
초고를 마감한 지난여름, 난생처음 교통사고가 났다.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누워서 하는 퇴고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탓이었을까. 올봄 저자교를 주고받는 퇴고 과정에서 내가 쓴 원고가 조금은 낯설어 첫 독자가 된 듯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나를 만나는 반가움에서였을까. 아니면 과거의 열심히 살았던 나에 대한 짠함이었을까. 첫 번째 저자교를 진행하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20대의 나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나
원고를 보고 있던 내가 벌건 눈에 눈물을 보이자 친구가 이유를 물었다. "이렇게 열심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고생하고 꿈꾸며 살았는데,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약해진 몸 탓이었을까. 감성이 폭발한 나는 지금의 이 길을 걸어온 과정을 담은 원고가 마치 내게 무슨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자아 반성하는 시간에 빠져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뜨거운 가슴으로 살았던 20대의 나를 떠올리며, 그간의 여정을 정리한 이 책이 인생의 한 챕터를 담은 전시장의 한 켠처럼 다가왔다.
혼자만 듣기엔 너무 아까웠어
전시와 도시 사이에서 살아온 내 삶의 여정과 그간의 배움, 사유를 담은 에세이 겸 인문서를 출간했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에 공통된 문장이 있었다. 고생을 한 거라며 농담하지만 나이에 비해 분명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는 점. 그만큼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때로는 시련을 극복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20대를 함께한 친구, 선배, 후배와 선생님들은 항상 가만히 있지 않고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날 보며 걱정과 격려의 말들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너이기에 이런 책이 나왔잖니. 앞으로 재미있는 일, 훨훨 날며 보여줘"
출간을 통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책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임을 경험하고 있다. 아직 책을 마감하고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자다가 받은 전화 한 통에 눈물을 흘리게 된 일도 그중 하나다.
언니 책을 읽는데 왜 눈물이 나죠?
20대를 함께 보낸 동생이 이 책 속에 밀라노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고생했던 시절과 지금의 우리가 보인다고 했다. 비슷하면서도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든든한 동생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30대의 절반을 넘긴 우리에게 그 시절을 회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때보다는 조금 더 성숙하고, 넘어져도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지만, 그때보단 크게 설레지 않아 조금은 아쉬운,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지금의 우리가 그 시절, 찬란했던 (조금은 더) 젊은 날을 마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구에게나 꿈을 향해 뜨거운 가슴으로 살았던 시간이 있다. 물론 아직 나에게, 또 우리에게 그 시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다이얼로그_전시와 도시 사이>는 무모하게 도전하고 미친 듯이 사랑했던 꿈과 일에 대한 그때의 여정을 담고 있다. 원고를 시작했을 때 출판사에서 큰 선생님보다 언니, 누나, 가까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 쑥스러웠던 내게 그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다. 저 멀리 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내 길을 걸어간 조금 앞 또는 옆에 보이는 누군가가 되어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다이얼로그>를 통해 인생의 과정 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