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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박 Mar 02. 2023

호랑이(Tiger)의 눈물

평범함의 비범함 06

2022년 7월 15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St Andrews),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골프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개최된 디 오픈 (The Open)에서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이다. 총 4라운드의 골프 대회에서 첫 두 라운드에 선수들의 절반이 탈락한다. 보통 150명 정도가 참가하니까 70~80명은 최종 두 라운드인 3, 4 라운드에 진출할 수 없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 156명 가운데 148위로 탈락한 것이다. 자신이 세 차례나 우승한 대회, 그리고 그중 두 번의 우승을 안겨준 바로 그 코스였는데 말이다. 이 호랑이(Tiger)의 눈물에는 회한, 추억, 아련함, 짠함, 답답함, 그리고 슬픔 등 많은 것이 담겨있었으리라. 



(18번 홀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던 타이거)

타이거 우즈가 누구인가? 골프를 안 치는 사람도 우즈가 누구인지는 알 정도로, 한 시대가 아닌 골프 역사를 풍미한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수상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실력, 그리고 스타성은 역사상 등장한 위대했던 레전드 골프선수들 누구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폼을 유지할 수 있는 골프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고려해도, 정상급에서 롱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늙고, 영원한 것은 없다. 비록 교통사고의 여파가 있었겠지만, 이 호랑이도 심장 하나 달린 인간이고 노화를 피할 수 없는 필멸자로 태어난 이상, 결국에는 맞닥뜨렸어야 할 순간이었던 것이다. 


최근 월드컵까지 거머쥐며 정말 “축구”라는 스포츠를 제패해 버린 리오넬 메시도 2022년의 월드컵 우승 순간까지 숱한 경기와 대회에서 쓴맛을 보았다. 명실상부 역대급 선수인 그조차도 조국 아르헨티나의 패배나 탈락에 진한 아쉬움과 눈물을 보이곤 했다.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 좌절 이후 “내 국가대표 경력은 끝났다”며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다시는 입지 않을 듯 선언한 메시의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축구 커리어 자체가 “이제는 끝이 가까워졌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2016년의 그가 2022년의 월드컵 우승을 상상이나 했을까? 메시의 열렬한 팬들조차 당시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별이 지는 것을 목도할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에게 석패한 이후 메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호랑이의 눈물이 우리들에겐 낯설기만 할까? 결국 인생에는 Up이 있으면 Down이 있고,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있는 법이다. 각별한 천재나 수재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인생에서는 우리의 기준으로 Up이 있었고, 정말 힘들었을 Down이 있을 것이다. 세대가 바뀌면서 윗세대가 보기에 아래세대들의 고민이나 고난이 무척 말랑하고 어렵지 않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아직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전후의 가난했던 대한민국을 살아온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러분은 살면서 정말 울 것 같이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울 것 같이 신나고 감동적이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기뻤다면 그것은 기뻤을 순간이고, 당신이 힘들었더라면, 정말 역경과 고난의 순간이었으리라.


힘든 일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소리 듣고 축복받은 환경에서 무한한 지원을 받으며 그 종목만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끊임없이 파온 프로 스포츠 스타들조차 호랑이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우리들은 오죽하겠는가? 우리가 겪는 안 좋은 일은 대부분이 딱히 내 잘못이 아닌데 타이밍이 좀 구렸거나 오해를 샀거나 하는 외부적 요인에 비롯된다. 또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과 일터에는 사실 압도적인 재능과 하루 12시간 이상의 한우물 파기를 요구하는 분야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완벽하게 준비되어있지 않고 막강한 지식이나 스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난관을 겪으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대부분을 골프에 쏟은 타이거도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허다한 일이었다. 


모든 인간의 신체는 노화하고 스포츠 스타들의 Up Down 사이클은 우리들의 ‘인생’에 비하면 한정된 시간 내에 일어난다. 반면에 우리가 죽을 때까지 살아내야 할 이 삶에는 앞으로도 Up과 Down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다. 비록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10대에는 공부, 20대에는 대학과 취업, 30대가 다 가기 전에는 결혼, 40대부터는 입신양명에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해야’한다는 이상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그것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거나, 심하면 한심하게 보는 경향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사람의 다양한 삶에는 각기 다른 시기에 저마다의 파장과 파고를 가진 삶의 쓰나미가 계속해서 밀려오기 마련이다. 


(타이거는 미소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역대급 재능과 센스, 그리고 노력을 쏟아붓는 스포츠 스타들도 어려움에 마주하고, 또 때로는 울기도 한다. 타이거가 그랬고 리오넬이 그랬다. 역대급 재능이나 뼈를 갈아 넣는 노력과는 ‘조금은’ 거리가 먼 평범한 우리들이 난관에 봉착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리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니다. 호랑이(Tiger)도 눈물을 흘리니까. 다만 내던지지 말고 무너지지 않고 꺾이지 않는다면, 타이거가 보여주었던 ‘나이키 미소’를 우리도 보일 수 있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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