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비범함 08
아파도 괜찮아, 청춘이야, 흔들려도 괜찮아, 약해져도 괜찮아
특정 작가나 인플루언서를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시대가 그랬다.
방금 노르망디에 상륙한 해병처럼, 치료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렇게 다친 것도 아니었으면서 말이다.
그 시대가 남긴 잔향은 2020년대인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약자들을 차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시대에 나는 어떠한 불만도 없고 비판하려는 마음도 없다. 그러나 항상 극단을 조심해야 하는 법.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즉, 나는 여러분들이 약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는다.
아이러니가 판치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강자가 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강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개인은 많지 않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이어가며 세계 2위의 마블공화국을 건설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스스로를 약자라고 정의하고 선함과 착함을 그 사은품으로 독식하려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필자가 무엇 하나 좋아하는 표현이 없지만, 흙수저 코스프레, 빈곤 포르노 따위의 것들이나, 혹은 누가 봐도 외향적이고 친구도 많은 친구가 “난 아싸지 뭐, 난 찐따야”라고 말하는 심리의 근저에는 강자보다는 약자로서 사람들에게 동정이 됐든 뭐가 됐든 받을 수 있는 우호적 인식을 추구하려는 욕망에 있을 것이다.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인 것이다. 스포츠를 예로 들면, 경기 결과로 따질 수도 있고, 아니면 세간의 평판이나 역대 전적으로 나눌 수도 있다. 혹은 한 팀은 공격이 강하고 다른 팀은 수비가 강할 수도 있다. 게다가 더 흥미로운 것은 가끔 터져 나오는 언더독(Under Dog)들의 반란이다. 종목과 룰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스포츠만 해도 강약을 나누는 것이 녹록지 않고, 결과를 예측하기란 더욱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인간”은 어떨까? 우리는 분명히 누군가보다는 강하고 또 다른 누군가보다는 약하다. 우리는 강함과 약함이라는 넓고 큰 스펙트럼 사이 어딘가에 떠다니고 있다.
약해져서는 안 된다. 당신은 약하지 않다. 되도록이면 강해져야 한다. 인류와 지구의 역사는 선악의 대결보다도 길게, 강약의 대결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지 않은가. 유래 없이 평화로운 시대에,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과거 어떤 시기보다도 강조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약함은 우리들을 좀먹고 장기적 생존에 적신호를 낸다. 나는 당신을 약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며, 행여나 약하더라도 혼내거나 어줍지 않은 훈수를 둘 생각도 없다. 그저 바랄 뿐. 소중한 당신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계속 강해져 갔으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DNA 차원에서, 유전자가 “강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가끔 지치거나 슬프거나 다운되거나 번아웃이 오거나 우울하거나 할 때 약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은 전부 결국에는 지나갈 것들이며, 그 이후에는 조금 더 강해진 당신이 기다린다. 근섬유가 격한 운동으로 찢어져야 회복을 통해 근력이 강해지듯, 달궈지고 두들겨야 강해지듯, 인간도 마찬가지다. 천둥소리에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던 갓난아기 시절의 당신은, 많은 풍파와 천둥번개를 겪으면서 더는 큰 소리 따위에 ‘으앙!’하고 울지 않는다. 이것이 작가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한 안티프레질(Antifragile)이라는 개념이다.
신체적 건강함을 추구해도 좋고, 재무적인 안정성을 추구해도 좋다. 어떠한 방향에서건 근로, 훈련, 공부, 사색, 방황, 난관과 실패 등등을 겪기 마련이니까.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약하지 않은, 점점 강해지는 영혼을 가꿔야 한다. 내가 말하는 영혼이란 영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학력, 경력 등등 당신의 이력서에서 전체 내용을 지우고, 이름도 지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았을 때 마주하는 자기 자신을 말한다. 그 차원에서 강해지고, 적어도 약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훌륭한 “보통의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석가처럼 고행을 이어나가라는 것도 아니며, 말콤 X와 같이 폭력투쟁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강해지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약하지 않은 영혼을 가꾸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은 되지 않아야 한다. 약함과 선함을 동일시하지 말라. 강함과 악함을 혼동하지 말라. 영혼이 강한 사람이 되어라. 아니, 적어도 나약한 사람으로 남아있지 말자. 엄청나게 강력한 멘탈의 성인군자를 우리가 보통사람으로 보지 않듯이, 나약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도 우리는 평범하지 않다고 본다.
평범하기만 해도 이미 비범한 것이다. 강함과 약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당신이 아주 조금씩 강함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상처에는 마XX솔이나 후X딘이 필요하듯, 힐링도 필요한 것이 우리 삶인 것에 반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치료(heal)만 받으면서 사는 것은 환자의 삶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해질 여러분, 약하지 않은 당신에게 나는 아낌없는 하이파이브를 청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