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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Sep 08. 2024

자존심과 자존감: 비슷하지만 다른 두 감정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자존심이 상한다"라는 느낌을 갖거나 스스로 "자존심이 쎄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대개 우리가 보통 남의 의견에 맞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거나,  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명백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해당된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자존심'이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나 공격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감정이다. 즉 자존심은 외부로부터의 평가와 관련하여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감정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열등해 보이거나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쉽게 말해 자존심은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마음이 상처받지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려는 감정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면  자신이 파괴되어버릴 것이라는 심리적 위기감에 심각하게 대응한다. 


흔히 "자존심이 상한다", "자존심이 쎄다" 등등 '자존심'에 관한 이러한 표현들은 실제로는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 해당된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리켜 '자아존중감', 또는 '자존감'이라고 한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내적 평가와 관련된 감정이다. '자존감'의 개념적 이해는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즉,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와 관계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곧 '자존감'이다.


‘누구로부터’ "사랑과 인정과 존중을 받느냐"에 따라 자존심과 자존감으로 갈라진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만약 내 시선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면, 그것은 '자존심'이다. 반면 내 시선이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맞춰져 있다면, 그것은 '자존감'이다.  실제로 타인들로부터 나에 대한 합당한 지적이나 비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실제로는 자신의 자존감이 낮기때문에 자기를 보호하려는 무의식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끊임없이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이 낮기때문에 다른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존중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평가를 통해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싶어한다. 때문에 타인들의 평가나 지적 또는 비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존심이 쎄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대개 남들의 평가를 의식하고 반응하는 그만큼 필연적으로 삶이 매우 고단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존감이 높기때문에 타인의 지적과 비판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인정하며 잠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스스로 자책하여 좌절하거나 쉽게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으며, 이를 통해 오히려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아 현재보다 더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개선과 자기통찰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생활에서 일과 관련하여 무언가 실수를 했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어, 실수를 교훈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노력할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수가 오히려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인정한 그만큼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는 맨날 왜 이러지. 이것 밖에 안되는 내가 속상해 죽겠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난하며 때때로 패배의식에 사로잡힌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심리적 상처의 책임을 외부로 또는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정리하면, 자존심과 자존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외부에 있느냐', '내부에 있느냐'에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자존심은 종종 불안과 자기방어에서 비롯되는 반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안정적인 수용와 신뢰에서 비롯된다. 즉, 자존심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방어적인 감정이고,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내면적인 평가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자존심은 때로 심리적으로 우리를 보호해주지만, 우리를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자존감이다. 따라서 자존심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인 자존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뿔이 있는 짐승은 이빨이 없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 결점이나 약점이 없는 완전 무결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두가지 이상 단점이나 결점을 갖고 있다. 반대로 장점 또한 한 두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심리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신의 결점이나 약점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거듭 확인하라고 강조한다.  


이를 '자기확인이론'(Self-affirmation theory) 이라고 한다.  '자기확인이론'이란,  "자기 이미지에 중대한 위협이 닥쳤을 때 그 위협과 무관한 자신의 중요한 측면을 확인함으로써 총체적으로 긍정적 자기개념을 유지하는 것" 이다(Steele, C. M. 'The psychology of self-affirmation: Sustaining the integrity of the self', 1988). "자기가치를 확인하여 자아개념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게 되면 자기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중대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러한 위협을 완화할 수 있고, 자기 위협을 통제할 수 있는 심적 자원을 제공해준다."(Steele, C. M. 1988). 쉽게 말하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단점에 촛점을 맞추거나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확인하고 거기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존심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방어적인 감정이고,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내면적인 평가다.  불행히도 우리는 결점이 많은 허점투성이의 인간이라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하여 자존심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장점을 꾸준히 확인하여 키워나간다면, 자존심은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하여 긍정적인 동기부여의 소재로 삼고, 지나치게 강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절제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 · 노소· 상하 ·고위· 신분을 막론하고 사회적 혹은 개인적 인간관계 형성에서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 성실하고 인간적인 좋은 사람, 이왕이면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 마치 전쟁터와 같은 현대사회에서 성숙하고 건강한 좋은 인간관계 또는 사회적관계의 형성은 행복한 삶의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변의 전제조건 하나가 있다. 자신이 먼저 성실하고 인간적인 좋은 사람,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 경험에 따르면, 비슷한 것끼리 무리를 이룬다. 이를 사자성어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한다. 옛글에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하였다. 꽃 향기를 따라 벌과 나비가 꽃을 찾아온다. 향기로운 냄새가 풍기는 곳에 구더기나 해충이 꼬일리는 없는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스스로 사랑하고, 자신의 가치를 외부가 아닌 자기 내면에서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바람직하고 더 자신감 있는 안정적인 삶,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하며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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