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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Aug 11. 2021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돌고 돌아 만난 인생 첫 운동, 골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 산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이 얼마나 상쾌한지 아느냐고, 나는 당연히 알지 못한다.

허벅지가 탈 것 정도로 페달을 밟으며 밤바람을 가르는 짜릿한 쾌감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고, 나는 당연히 알 턱이 없다. (심지어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고 하기에는 억울하고, 탈 줄은 아는데 우아하게 서는 법을 몰라 해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에서 5월 경 연중행사로 자전거를 탄다. 딱 하루, 딱 한 번.)


내가 운동을 전혀 시도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주 젊었을 때는 재즈 댄스 학원에 등록을 했는데 첫날의 그 한 시간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아! 나는 박자가 있는 운동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스쿼시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야심 차게 스쿼시 라켓과 운동복까지 다 구매했으나 역시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참 후에 운동이 꼭 필요했던 때가 있었는데 큰 맘먹고 동네에 새로 생긴 고급 헬스장, 그것도 개인 PT를, 무려 20회나 등록을 했다...... 만서도 몇 번 가지 못했다. 일단 나는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운동에 타고난 몸이 아니며, 운동을 잘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세상의 모든 자극을 입으로 표현하는 몹쓸 버릇 때문에 온갖 의성어를 뿜어내는 편이다. 끙~, 아~, 잉~ , 히잉...... 누군가가 들으면 젊은 트레이너에게 끼 부린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는데 실제로 그들도 곤란한지 '회원님, 이런 소리를 안 내실 수는 없을까요? 자꾸 이런 소리를 내시면......' 암튼 꽤나 난처한 모양이었다. 그 후로 나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소리를 꿀꺽 삼키는 걸 연습했으나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아 관뒀다. '힝'을 '힝'이라 하지 못하고, '끙'을 '끙'이라 하지 못하는 서러운 PT 수업을 포기했던 것이다.

  전에는  맘먹고 요가를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시작한  얼마  지나 편두통이 너무 심해졌다.  두통이 요가랑 상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고 무슨 큰일이라도   알고 종합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혹시 머리에 대상포진이 생겼나, 추측하며 머리를 구석구석 요리저리 살펴봤는데 대상포진의 증상없으니   기다려 보라고 다. 허나  많은 나는 '이러다 혹시 잠자다 소리 없이 죽는  아니냐,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아느냐......' 죽는소리를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렇다면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불안하다면  촬영을 해보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응했다. 검사 결과는 당연히 아무  없었다. 나중에서야 전후 상황을 맞춰보니 사흘  시작한 요가 동작  바닥에 드러누워 머리를 살짝 들어 올려 유지하는 동작에서 약간의 무리가 있었나 보다. 나는 요가와도 안녕을 했다.


이렇게 나의 운동 인생은 대부분이 동네 헬스 짐의 호구를 자처하며 중단되기 일쑤였다. (앗! 생각해보니, 한 번은 새로 생긴 헬스장에 6개월을 등록하면서 '주 2회만 잘 다녀보자'라고 마음먹었는데 월 1회를 가고 그다음 달에 가보니 문을 닫았다. 건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서 물어보니, 사기꾼들이었다고. 헐. 그때 당시 한참 유행했던 헬스클럽 먹튀 조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플라잉 요가를 하고 싶어 졌다. 없을 건 없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살기 좋은 우리 동네에서 플라잉 댄스 학원을 찾아 상담을 했고, 다음 날 퇴근 후 첫 수업 때 등록을 하기로 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나는 접촉사고를 당했다. 이런! 내 인생에 운동은 무슨 운동!)


또 생각이 났다. 나는 필라테스도 해본 적이 있다. 심지어 내가 시작한 후 따라서 등록한 친구는 몇 년째 자신의 인생 운동이라며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데 나는 필라테스 또한 별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뺀질 대다가 끝냈다. 그래도 이 학원은 인간적인 곳이어서 나에게 몇 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남은 기간을 연장해주기도 하고, 그룹 수업을 개인 수업으로 변경해서 어떻게든 다 소진할 수 있게 도와주려 했지만 정작 돈 낸 사람의 의지가 박약하여 중도 포기. 나는 왜 운동하는 데 재미가 없는 걸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을 전혀 안 해본 건 아니었군. 하지만 뭐하나 재미를 들여본 운동이 없었고 운동을 하며 땀을 흘려본 기억조차 없었다. 내 인생에 운동은 없다고 생각해왔던 내가, 그랬던 내가 최근 4개월이 넘도록 거의 매일 같이 골프연습장에 나가고 있다. 레슨이 있는 날도 있지만 레슨이 없는 날에도 나는 열심히 연습을 하러 간다. 왜, 어떻게 내가?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지난 4개월 간 똑딱이 연습을 하며 스윙연습을 하며 첫 잔디를 밟으며 느낀 어설픈 짜릿함. 그 순간을 떠올리자니 또 웃음이 난다. 으흐흐.


#골프 #골린이 #어쩌다골프 #골프에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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