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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Aug 18. 2021

잔디 맛을 봐야 진정한 골프지!

아기다리고기다리던라운딩^^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배운 지 얼마만에 첫 라운딩을 나갔을까?


골프의 세계에 발을 딛고 보니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던 이야기가 들렸고,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글들이 눈에 들어왔고,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상황들을 선택해야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더니 틀린 말 하나 없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났을까? 때는 6월.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주변에서 나가자고들 안 해요? 3개월쯤 됐으니까 한번 나가보세요." 라고 하셨다. 사실 골프를 시작했다는 나의 SNS에는 '오호~ 같이 나가자!'와 '이제 같이 나갈 친구가 하나 더 생겼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어찌어찌 알게 된 일 관계자들도 '조만간 날 잡아서 한 번 모시겠습니다'는 인사를 건넸다.(저...... 그거 싫어서 골프 안 했던 건데요T.T) 운동 신경이 없고 운동을 해본 적 없는 나는 선생님이 새로운 진도를 나가려고 서두를 때마다 '저는 천천히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고 적절한 진도가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는 모르나 그 당시 나는 아직 드라이버와 7번 아이언 밖에 배우지 않은 상태였다. 골프채 달랑 두 개 들고 필드에 나가란 말인가!


선생님의 말은 이랬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계속 배우기만 하면 2~3개월에 이미 질리는 회원들도 있었고, 일단 첫 라운딩 날짜가 잡혀야 신이 나서 더 연습하게도 된다, 그리고 벌써 6월 중순이니 더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나갔다 오면 좋을 거다 등등. 나는 원래 잘 지치지 않는 성격인 데다가 첫 라운딩 약속 없이도 너무너무 재밌게 잘 배우고 있었고 살면서 더위 따위로 힘들어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즈음 친한 후배와 통화를 하다가 "언니, 언제 나갈 거예요? 나가야죠. 주변에 내가 처음 데리고 나간 친구들 많아요. 내가 oo랑 톡방 만들게. 거기서 날 잡아요." 하아...... 역시 모든 일은 미지근한 100명보다 한 명의 추진력 있는 사람이 있을 때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자신은 없었지만 어차피 한 번은, 아니 앞으로 쭈욱 즐기려고 시작한 골프이니 언젠가는 첫 라운딩을 해야겠지. 그렇다면 어려운 사람들보다는 편하고 좋은 사람들, 나름 오랫동안 골프를 즐겨온 친구들이 함께 해준다는데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땡큐였다. 정말 후다닥!!! 날짜를 잡고 나니 라운딩 예약완료 카톡이 바로 날아왔다. 이런 신기한 세상이 있었다니! 그동안 실내 연습장에서 스크린만 보고 연습했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았다.


첫 라운딩 날짜가 잡혔다는 말에 선생님은 나보다 더 설레하며 속도를 냈다. 유틸, 웨지, 퍼터 등 그동안 잡아보지 않은 클럽들을 익혔다. 아, 그래도 마지막까지 피니시 자세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잡아주셨는데 정작 첫 라운딩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오른쪽 발을 떼어보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흑흑. 바로 전날에는 레슨이 다 끝나갈 무렵 "제가 티 꼽는 거 알려드렸어요?" 하며 어디선가 티를 가져와서는 알려주셨는데 다음 날 친구들한테 얘기하니 처음 나와서 티 꼽는 거 모르는 애들도 많다며 "배울 건 다 배우고 나왔네!" 하고는 웃었다. 하긴 배운 대로만 다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절한 나의 첫 골프 멤버들은 골프장이 처음인 나에게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다 알려주었다.

"먼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도착을 하면 사람이 나와 있을 거야. 운전석에서 트렁크를 열어드리면 알아서 골프가방을 꺼낼 거고, 몇 시 티오프인지 예약자 이름이랑 확인만 하고 주차장으로 가서 주차 해. 너 가방이랑 들고 와서 카운터에서 락카 번호 받고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라운딩 할 때 필요한 거 작은 가방에 담아서 들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 아마 중간에 우리랑 만날 거야."

휴~~ 뭐가 이리 복잡해.


"그런데 스크린 골프는 가봤어? 그래도 한 번 가보면 많이 도움될 텐데."

"응. 안 그래도 처음 나가기 전에 스크린에서 한 번 돌아보라고도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나의 첫 골프는 너희들과 함께 순백의 도화지처럼 깨끗한 상태에서 나가고 싶어."

친구들은 아마 이 대답에서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헉! 그럴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오늘 밤에라도 스크린 한 번 갔다 오지 그러니?"

끝내 나는 골프 용어도 거의 아는 것 없이 파 4, 파 5가 의미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순백의 도화지 상태로 첫 라운딩을 다녀왔다.


나에게 골프를 권했던 사람들이 말했던 골프의 매력을 어설프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촉촉한 잔디가 상쾌했고, 연습장에서 만큼은 아니었지만 드라이버를 휘두를 때의 시원함(두어 달 지났다고 지금 보면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으면서도), 맛집에 가 고기를 구우며 필드 사진을 공유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또 모든 일에는 '처음'이 존재한다. 처음이 없는 지금이 어딨겠나. 언젠가 돌아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날 나의 첫 라운딩!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후다닥 날짜 잡고 함께 나가준 친구들, 고마워!

어떤 사람들은 레슨 두세 번만에 바로 나가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한 달 연습하고 나갔다고도 하는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주변에서 밀어주고 끌어주고 나 역시 잘도 쫓아간 덕에 적절한 시기에 첫 라운딩을 다녀왔고 그 후로도 심심치 않게 필드에 나가며 흥미를 잃지 않고 잘 배우는 중이다.

먼저 해본 사람 말은 틀린 거 하나 없네! 그럼그럼! 잔디를 밟아봐야 진정한 골프의 맛을 알지!


#골프 #골린이 #어쩌다골프 #골프에진심입니다

#첫라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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