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2 스얼레터 #432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대한 제 첫 기억은, 초등학생 때 미국에 잠깐 살았을 때인데요(그전 한국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운전하실 때 기계에서 'Recalculating'이라는 친절한 음성이 나올 때마다 저는 너무 신기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 자주 물어보곤 했어요. 어린 마음에 우리 가족 차가 길 잃지 않도록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 같아 마음에 꼭 들었었죠. 이런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이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올해가 고작 4개월 남았다는 사실에 괜히 싱숭생숭해져서 모인 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늘 그렇듯 대화의 끝은 가수 GOD의 가사가 절로 떠오르는 '길'이라는 인생 주제로 이어졌죠. 문득 내비게이션에 대한 첫 기억이 떠올랐어요. '각자의 목적지를 취소하지 않는 한, 몇 번이든 인생의 내비가 경로를 재탐색 해줄 테니 조금 흔들리고 떨리더라도 기다림의 미학을 누릴 줄 아는 어른이 되자'며 다같이 9월을 씩씩하게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길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분들께 민영규 교수님의 '떨리는 지남철'에 대한 글이 떠올라 한 구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 2024년 9월의 첫 월요일을 맞이하며, 지애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