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하하하하 Feb 03. 2019

벌레를 보실 수도 있다 해도 감수하시겠습니까?

장미허브 키우기

“벌레를 보실 수도 있다 해도 감수하시겠습니까? 감수하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

“네, 그럴게요. 감수할게요.”


벌레를 극혐하는 나로서 식물을 키운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허브를 키우기로 했다. 작은 걸 수경 재배한다면 벌레가 생길 확률이 낮아질 테니까. 집에 풍성하게 자란 장미허브가 있었다. 그걸 조금 잘라 내 방에 모셔 두었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즈므흐브라고.



준비물 : 장미허브, 액상 비료, 병, 햇빛


즈므흐브가 자랄 곳은 내가 좋아하는 컵술 잔이었다. 처음 며칠은 잘 자라는 것 같았다. 뿌리도 조금씩 자랐다. 귀여웠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가 이런 데에 있나 싶었다. 물로만 영양분을 섭취하기 힘드니 다이소에 가서 액상 비료도 사서 몇 방울 떨어트렸다. 며칠 잘 키우는 것 같았는데 물을 갈아주는 걸 깜빡했다. 컵 안을 살피니 물이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었다. 이왕 물 갈아 줄 때 컵 안도 씻을 겸 장미허브를 들어 올렸는데 뿌리가 컵에 붙어 있었는지 찌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가셨구나. 미안하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이대로 죽기엔 아직 사놓은 액비가 한가득이다. 하루가 지나니 어제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식물계의 큰손, 엄마에게 SOS를 요청했다.


“엄마, 얘가 비실비실해.”

“햇빛 좀 보게 해.”


그래서 베란다 행. 그랬는데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있다가도 날이 너무 추워서 또 비실비실. 다시 내 방으로 들였다. 그리고 해 줄 수 있는 건 액비뿐이었다. 오늘도 액비를 다섯 방울 정도 주었다. 부디 무럭무럭 자라길.



매거진의 이전글 신박한 스팸 편지 한 통이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