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각은 굳이 망막에 새긴다
파인 곳에서 물은 모일 것이고
버려둔 곳에서 물은 흐를 것이다
하나의 길을 내면 하나의 생이 흘러갔다
떠내려간 생으로부터 줄임표 가득한 편지가 당도하곤 했다
침묵을 굳혀 찍은 인장은 장황했다
물이 필요한 사람들의 표정은 늘 같았다
웃음과 울음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
사위가 습해지고 표정이 가려워지면
웃음은 울음의 앞에 설 것이고,
울음은 웃음의 뒤로 물러날 것이었다
망막을 기울여 물을 받아낸다
눈을 돌고나온 물은 길이 든다
세상의 모든 성숙한 것들이 몸에 새긴 문양
물길의 방향을 모으는 이가 날카롭게 잘라낸 곳에서
한자리에 모인 망막들은 서로를 알아보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