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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Aug 14. 2022

대륙

욕망에서 시작되는 건 악惡이 아니라 선善이다

욕망에서 끝나는 게 악惡이다


문 밖으로 발을 디딘 우리는, 조금만을 원한다 

조금 더 갖게 되기를 조금 더 누리기를

그건 겸손한 바람이자, 해결해야 하는 선善


내가 등 돌린 것들로 나의 거울을 만든 뒤

타인의 선善만큼 내가 갉아먹힌다

성실하게 생긴 공백으로 

꿈의 이름을 단 것들이 들이친다 


소멸할 것들은 그 꿈을 타고 찾아온다

냉기를 가장하고 호흡을 죽인 채 

참을 수 없는 것들은 얇고 질기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것들은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어진다

끝을 남기고 다시, 살아나기 위해


그렇게, 나의 대륙이 침식당한다 


개간된 만큼 황폐해지고 열린 만큼 좁아진다 

그것은 땅덩어리로 전락하고 

디딜 곳은 모두, 등고선을 잃어버린다


이름 없는 대륙이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걸음을 멈추면 하늘을 갖지 못하는 땅이 돼 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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