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을 염두에 두고 걷는다
길은 휘어지지 않는다 얌전히
하나를 가리키며 하나를 담아대던 이가 있었다
그의 반투명은, 반투명한 그는,
그로써 반투명은, 반투명으로서의 그는,
선후(先後)를 섞으며 안도하곤 했다
반쯤 해어진 머리카락을 매단 채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초침의 시간을 부식시킨다
두고 온 것을 뒤돌아보며
시각의 조도를 낮춘다
옅어지는 것들을 밟는다
걸음마다 정성스럽게 부서지는 물음들
걸음 뒤의 걸음이 빨라질 때
걸음 앞의 걸음이 부풀어 오른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들 모두 존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