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 영업비밀,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에 대해
요즘 디즈니+를 통해 재미있게 보고 있던 드라마 "서초동(2025)"에서 특허 이야기가 나오길래, 흥미롭게 보다가 리뷰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초동(2025)"은 이종석, 문가영, 강유석, 류혜영, 임성재 5인방 어쏘 변호사들의 희노애락 성장기를 담은 법정 드라마다.
그 중 9화는 ‘레시피 도둑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배문정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떡볶이 소스로 특허를 내려고 했으나 거절당한 후, 2년 넘게 일하던 직원이 레시피를 훔쳐 목 좋은 곳에 가게를 차리면서 시작된다.
“특허를 받지 못했다는 게 훔쳐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근데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지?”
특허는 거절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원고 측 변호사는 이 레시피를 영업비밀로서 관리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소스 배합실에 도어락을 설치했고, 일부 주방 직원에게만 알려주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피고 역시 그 직원 중 한 명이었기에 레시피를 알 수 있었던 것. 따라서 이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비공지성, 즉 공개된 적이 없어 원고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보라면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다. 원고의 관리 수준은 최소한 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측 변호사는 반박한다. 원고가 특허 출원을 했다가 거절되더라도, 출원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그 내용이 공지된다. 따라서 레시피는 더 이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아니게 된다. 즉, ‘특허 출원 → 거절 → 공지’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공지성은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피고는 단순히 레시피만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원고에게 특허 여부를 직접 물어본 사실, 인테리어를 그대로 모방한 사실, 심지어 원고 가게의 인테리어 업체에 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영업비밀 침해를 넘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었다. 결국 원고는 이 부분을 입증해 소송에서 승소했고, 레시피 도둑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짧은 한 편의 에피소드이지만, 특허 출원과 공개, 영업비밀 관리, 부정경쟁방지법까지 실제 법적 쟁점이 촘촘히 담겨 있었다.
나는 예전에 법학석사 과정에서 “Competition Law and IP(지식재산과 경쟁법)”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그때 배웠던 핵심은, 두 법 영역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혁신을 지향한다는 공통 목표로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지식재산법은 창작과 발명을 장려하기 위해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고, 경쟁법은 그 독점이 시장의 활력을 해치지 않도록 견제한다.
이번 드라마의 레시피 도둑 사건은 바로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레시피를 독점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은 지식재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공지되거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순간 경쟁법적 시각이 개입된다. 결국 문제는 창작의 보호와 시장의 공정한 경쟁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
드라마 속 결말은 ‘쌤통이다’라는 속 시원한 감정을 주면서도,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지식재산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경쟁과 혁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질문이야말로 내가 공부했던 “지식재산과 경쟁법”이 끝내 다루고자 했던 주제일 것이다.
특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봤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