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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Sep 11. 202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였던가

  긴 장마가 끝나서 , 금세 해가 뜨겁게 거리를 달궈서 여름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평일인데도 카페에 배달 주문이 많았다.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제빙기에 얼음이 다 떨어지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져 편의점으로 얼음을 사러 갔다. 구슬픈 소리가 들렸다. 공원 앞 사거리 땡볕 아래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앞에는 빈 박카스 박스가 놓여있었다. 얼음을 사고 남은 잔돈인 오천 원과 천 원 중 오천 원을 주머니에 넣고 천 원을 빈 박카스 박스에 넣으며 그 사람에게 말했다. 더운데 그늘에서 하모니카를 불라고 ,  날 멀뚱히 쳐다봤다. 기분이 나쁘다 , 좋다, 열등감이라던가, 일말에 감정이 있는 눈동자가 아니라 하모니카를 부는데 왜 말을 시키는지 알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입이 조금 비뚤어져 있었고 힘겹게 우물우물 거리는 입모양을 보아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인데 , 난 몇 번이나 더  말했다. 더운데 그늘에서 불라고 , 몸짓도 했다. 나는 이 사람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걸 알고 , 이제 이 사람도 내가 뭐라고 하든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고, 난 그냥 그늘로 가라고 말하고 싶고 그 사람은 하모니카를 불고 싶었고 ,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 사람은 그냥 하모니카를 부는 장면이 공원 앞 사거리에서 5분 정도 연출됐다. 그러다 이 정도 말했으니 카페에서 작게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몸을 돌렸다. 돌아온 카페에서 제빙기에 얼음을 채우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코로나 시대인데 장사는 잘되고 웃어도 되는지 울어야 하는지 , 좋아야 하는지 , 싫어해야 하는 건지 , 도대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건지, 동요를 연주하고 있는데 하모니카 소리는 왜 구슬픈지 사람으로 살기 복잡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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