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기로 결심한 날을 기억한다.
당시 나는 가슴에 담기도 벅찬 무언가를 가득 안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터미널까지 배웅해 줬다.
우린 버스정류장에서 악수를 나눴고 내가 손을 풀고 잠시 뒤에 아버지가 내 손을 놔줬다.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 문득 불안이 엄습했다.
벅찬 무언가가 자리에 앉는 동시에 넘쳐흘러 기대가 불안이 될 때 뒤돌아 정류장을 봤다.
아버지가 멀뚱히 서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이내 안심이 되어 출발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그랬기에 나도 좋아하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가도 좋고
뒤돌아 봤을 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봐주는 것도 좋고
다시 돌아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조금 더 이따가 출발할게"라고 말해도 좋다.
나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