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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케이 May 06. 2019

[뷰티칼럼] 내 화장품 속 화학 성분

내가 쓰고 있는 화장품이 점점 불편해질 이유 


내가 쓰고 있는 화장품 속 화학 성분이 점점 '불편해질' 이유 -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10대~30대 여성 고객들에게 물었을 때 '보습력, 성분, 발림성, 사용 기한, 인지도' 등 상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향은 인터뷰 대상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누구나 화장품을 구매할 땐 본인의 피부 타입이나 취향에 따라 제품의 기능과 효율, 가성비 등을 꼼꼼히 비교 분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피부에 유해한 화학 성분이 더욱 첨가되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불편함을 개선해 줄 착한 화장품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쓰고 있는 화장품 속 화학 성분 

보통의 기초화장품은 피부에 유효한 각종 성분과 자연 추출물 등을 주성분으로 한다. 각각의 주성분들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혼합하고(물과 기름을 섞는 것처럼) 최상의 발림성을 만들어 줄 점도(텍스쳐)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폴리에틸렌글리콜' 일명 '계면활성제'이다. 일반적으로 계면활성제를 떠올리면 세정제에 첨가되는 성분을 생각하는데 계면활성제는 세정제 뿐만 아니라 아니라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에 있어 그 역할과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 스킨케어 제품 뿐만 아니라 클렌징, 바디, 헤어 용품 전반에 사용되며 각 성분에 따라 적용 효과 또한 모두 다르다. 결국 계면활성제 사용 원리는 화장품 제조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화장품 전성분에서 '피이지(PEG)- 숫자' 와 같이 표기된 것이 계면활성제 종류 중 하나인데, 사실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일반인인 우리가 알아두기엔 난해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수 백 개가 넘는다.) 어찌됐든, 결국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화장품에는 당연히 계면활성제가 첨가되어 있다.



다음은 화장품의 사용기간을 유지시켜주는 성분인 '보존제'이다. 보존제는 미생물의 증가를 억제하는 물질로 '방부제'와 같은 말이다. 대표적으로는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등과 같이 ‘~파라벤’ 이 붙는 성분이 있는데 계면활성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파라벤류의 방부제가 첨가된다. 12개월 이상의 사용기간을 보장하는 제품은 대부분 화학 방부제를 사용한 경우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의 뒷면에는 80% 이상이 '12M'로 표기되어 있을 것이다. 개중에 24M 혹은 36M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 제품이 있다면 사용 시 상당히 주의를 요하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 화장품 용기 윗면에 표기되어 있는 6M / 10M / 12M / 24M 등은 제품 개봉 후 사용 가능 기간을 의미한다. 숫자(개월 수) M(month의 줄임말)


마지막으로 '향료'를 알아보자. 기초화장품에 있어 '향'은 심리적﹒ 정서적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일명 '향료'로 통칭되는 합성 물질이 첨가되는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성분인지 해당 연구진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향료를 분산 및 희석하기 위해 함께 사용하는 성분에는 벤질알코올, 페녹시에탄올 등이 있는데 향료 또는 소독제로 분류한다.



앞서 언급한 계면활성제, 보존제, 향료 등은 모두 화장품 사용의 만족도를 높여주는데 기인하는 성분들이다. 그러나 모두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성분으로서 민감한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주의 성분이기도 하다. 세정제에 첨가하는 계면활성제의 경우 피부 건조를 유발하며 피부를 통해 장기까지 침투 및 흡수되어 발암물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계면활성제는 섭취 시 간장이나 신장 장애를 유발한다.


보존제(방부제) 즉 파라벤의 경우 배합 양이 많아지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24M, 36M 제품의 경우 고영양 크림이거나 바디용 제품일 가능성이 크겠으나 만약 얼굴에 사용한다면 가급적 소량씩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일부 추운 북유럽 국가에서 제조되는 고보습 크림들이 주로 사용기간이 길다.) 향료의 경우 메스꺼움, 구토, 어지럼증을 유발하며 상당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아주 잦은 빈도로 나타날 만큼 높은 위험도의 알레르기 성분이다.



물론 일부 화학 성분은 화장품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 할 지 라도 피부에 흡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터. 그 작용을 돕는데에 계면활성제와 같은 성분은 없어서는 안 될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요지는 다만 그 양과 빈도를 가급적 최소화 하자는 데에 있다. (화학 성분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품질력을 높이는 방식은 제품 연구진의 뛰어난 제조 기술을 반증하기도 한다. )






이 전까지 잘만 쓰던 화장품, 왜 갑자기 호들갑이냐고 ?



몇 해 전만 해도 우리는 정신적・물리적 거부감 없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사용했었다. 하지만 근래에 이르러 유독 제품의 전성분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화장품 분석 어플 <화해>1의 인지도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화장품의 전성분과 주의 성분을 공개함으로써 현명한 소비를 돕는 어플 <화해>는 화장품 어플 부분에서 6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0대~20대 사이에서 <화해>는 카카오톡과 같은 기본 어플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소비 흐름에 맞춰 각 브랜드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 인력을 대폭 강화하기도 하고 화학 성분을 대체하기 위해 심해와 고산, 사막을 넘나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으로 대체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빠졌는지'가 중요하다.


무(無) or 프리(Free)2 앞에 어떤 숫자가 붙느냐에 따라 '착한 화장품'의 등급이 나눠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1) 국내 화장품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를 줄여 '화해'로 네이밍 되었다.

2) 알레르기 성분 7無첨가, 7 Free 등과 같은 광고 문구를 의미한다.




점점 예민해져 갈 당신의 피부

급격하게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 피부가 물리적 자극에 노출되는 빈도수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일어나 눈 뜨자마자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는 세상이다. 흙바람이 날리는 공사 현장에 몇 시간만 있어도 흙과 먼지가 모공 속 피지와 엉켜 피부에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자극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일반 먼지보다 몇 만 배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라면 어떻겠는가. 모낭을 통해 침투한 미세먼지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습진과 같은 피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아토피나 접촉성 피부염 등의 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외선은 또 어떠한가. 마치 드넓은 해수욕장에 펼쳐진 수 천 개의 파라솔이 1열씩 걷히는 것처럼 오존층이 줄줄이 파괴되어 가고 있음이 느껴질 지경이다. 지난 수년간 인간이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오존층이 눈에 띄게 파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지만, 자외선의 강도가 해가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날씨는 왜 또 이렇게 더워지는지. 이제 섭씨 39 도는 이야깃거리도 못 된다. 자외선은 피부 암과 피부 노화의 주요 원인일 정도 피부에 엄청난 자극을 가한다. (단언컨대 피부에게 최대의 적은 자외선이다향후 몇 년 후 초미세먼지가 앞지를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극은 물론, 직사광선의 경우 3~5분만 쬐어도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열에 의해 확장된 모공으로 먼지나 불순물이 침투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염증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환경과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당연히 피부 컨디션이 저하된다. 쉽게 말해 조금만 잘못 먹어도 탈이 나는 허약 체질의 피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 피부는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고 이제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무너질 것이다. 때문에 소위 밀레니얼 소비 세대는 자신의 피부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착한 화장품'을 찾고 있다. 그건 '호들갑'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현명한 소비'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쓰는 화장품의 화학 물질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 

그리고 환경 변화로 인해 우리의 피부가 앞으로 점점 더 화학물질에 과민해질 것이라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과연 어느 쪽이 더 불편한 진실일까. 

그리고 이 불편함은 누가 초래한 결과일까.





착한 화장품과 착한 습관 


우리에게 닥친 이 불편함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 수 있으나 결국 우리의 피부는 점점 예민해질 것이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면 전에 없던 가려움과 붉은 자국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혹은 어젯밤에 아무렇지 않게 썼던 치약이 오늘 아침에는 입 주변을 온통 벌겋게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천천히 점진적으로 민감해질 수도, 어느 날 갑자기 급격하게 과민해질 수도 있다. (비단 미세먼지, 자외선 때문만이 아니다. 환경호르몬 얘기를 시작하면 2박 3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방법은 간단하다. 예민한 피부에는 착하고 순한 것만 주면 화를 내지 않는다. 독하고 강한 걸 줬을 때 탈이 나는 법. 앞으로 우리가 착한 화장품을 써야 할 이유다. 착한 화장품은 물론, 착한 습관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착한 화장품에 대해 얘기해볼까.

1세대 착한 화장품은 더마 코스메틱(Dermo Cosmetic ), 소위 약국 브랜드 제품이다. 더마 코스메틱이란 의사나 약사와 같이 피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제조하거나 처방한 개념의 화장품을 의미한다. 유럽의 더마 코스메틱은 오랜 전통과 제품 철학에 대한 단단한 정통성으로 국내 뷰티 시장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과 왓슨스 등과 같은 드러그 스토어를 통해 보편화되었고 겟잇뷰티와 같은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착한 성분'에 대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아벤느, 유리아쥬, 라로슈포제, 피지오겔 등이 있다.



유럽 더마 코스메틱의 전성기가 지나갈 무렵, K-코스메틱의 기술력은 압도적인 수준으로 박차를 가했고 이제 세계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한 일부 기업들은 '더 착한 성분, 더 착한 가격, 더 착한 프로모션'의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꽤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는 물론, 소셜커머스를 통해 성장하고 드러그 스토어까지 입점하는 등 발군의 성과를 이룬 중소기업도 숱하다.



착한 화장품의 조건은 단순하다.

향료와 인공 색소의 함유량을 최소화하고 천연 오일, 천연 색소로 대체할 수 있다. 보존제(=방부제) 또한 천연 방부제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화장품 용량 특성상 3~4개월이면 모두 소진되는데 어째서 1년 이상의 사용을 위해 인공 방부제를 사용한다는 말인가. 방부제 성분은 배합률이 높을수록 트러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전성분이 적힌 순서도 중요하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전성분 앞쪽 라인에 표기되어 있다면 일단 내려놓자. 전성분 표시제 규정에 따르면 성분(함유)량에 따라 전성분을 순서대로 기재해야 하는데, 가장 많이 첨가된 성분부터 적게 첨가된 순으로 기재해야 한다. (1% 이하로 들어간 성분과 향료 및 색소는 순서에 관계없이 표기할 수 있다. 보통 가장 아래쪽에 있는 성분들의 순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파라벤이 떡 하니 첫 줄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만큼 방부재 함유량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엔 다른 접근의 예를 들어 보자. '피부 진정에 좋은 알로에베라의 수분만 100% 담은 착한 미스트' 라는 광고 문구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제품의 전성분은 아래 순서대로 표기되어 있다.



정제수, 글리세린, 부틸렌글라이콜, … 알로에베라잎추출물 … 나이아신아마이드…

위 제품의 경우 정제수가 제일 먼저 표기되어 있으니 정제수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그 비율은 60%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제품의 유형이 미스트이기 때문이다. 정제수란 말 그대로 정제된 '물'인데,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미스트는 전성분 중 정제수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당연한 이치이다. 수분 공급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수분인즉슨 결국 물 아니던가. 따라서 정제수의 함유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만약 특정 성분 고유의 사용감을 원한다면 전성분 영역에서 적어도 세 번째 안에 해당 추출물이 적혀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전성분 영역의 앞 쪽에 있다 하여도 어떤 비율로 함유되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함유량의 공개 여부의 권리는 브랜드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유 성분을 최다 양으로 넣은 제품의 경우 대부분 전성분에 부러 함유량을 노출하고 그것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다만, 과일﹒식물 등 천연 원료의 경우 개인의 체질 및 유전적 요인에 따라 희귀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얼굴 사용 전 손목 안쪽이나 귀 뒤쪽에 사전 테스트하는 것을 권장한다.



< 지금 쓰고 있는 화장품이 불편해질 이유 - 2 >편 에서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착한 습관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와 착한 습관을 한결 편하게 도와줄 '착한 제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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