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자리에 있었던 도시골목의 일상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눈을 뜨니 양 어깨와 골반이 욱신거렸다. 카메라와 배낭을 메고 열심히도 걸어다닌 탓이다. 해질녘에 숙소로 돌아왔는데, 어느새 창밖에는 거리의 조명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저녁식사만큼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고싶단 생각에, 휴대폰과 지갑만 챙겨들고 가와라마치 대로변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왔다.
하지만 저녁만 먹고 돌아가기에 어둠이 깔린 이 골목길은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정도면 아마, 오늘 하루동안 만난 풍경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두세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면 가득 차버릴 것 같은 좁은 골목. 몇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며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빛이 새어나오는 창문 안으로는 사람들이 작은 잔과 함께 서로의 하루를 나누거나 손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골목길의 일상을 담기 위해, 결국 나는 다시 어깨에 카메라를 걸쳐 메고 골목길로 돌아왔다.
Kyoto, Kawaramachi / 201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