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ia Keys "If I ain't got you"
인파 속을 걷다 보면 문득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어른이 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순간은 찾아온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늘 그 기준을 고민했다. 어떤 게 잘 사는 걸까. 흔히들 말하는 가치관들과 조금 다른 가치관은 정말 옳은 건가. 내가 가치를 두는 것들이 정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일까.
꼭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근사함을 뽐내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소박하게 살아도 괜찮지 않나. 정말 중요한 건 우리 영혼의 충만함 아닐까. 사랑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 그것도 잘 사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굳게 이어가고 싶었지만 불안으로 자주 흔들렸다.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예술로 잘 되려면 돈과 인맥이 있어야 해. 힘 있는 자가 판을 굴리지.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하지. 등등의 말에 나의 생각은 묻힐 위기에 많이 놓이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들은 "If I ain't got you"는 그런 내게 지금까지도 소소하면서도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한 번씩 들을 때면 초심이 다가오는 것 같다. 노래 초반부에 피아노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노래는 앨리샤 키스의 활동 초기 명곡 중 하나인데 당시 20대였던 그녀도 나처럼 흔들림을 겪고 있었을 것이고 그 사이에서 확고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Some people live for the fortune
누군가는 부를 위해 살고
Some people live just for the fame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살죠
도입부에서 앨리샤는 주변을 이야기한다. 그건 마치 '누군가는 그렇다지만 나는 아닌데?'라는 마음으로 툭 노래하는 듯하다. 듣고 있으면 마치 인파 속에서 같이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말하지. 무엇 무엇이 중요하다고. 그러나 나는 그것들이 아닌 나만의 중요한 무언가를 좇으며 살아가지. 그런 생각이 노랫말을 따라 고조될 때쯤 노래는 후렴 부분을 맞이한다.
But everything means nothing
그러나 모든 것은 아무 의미 없어요
If I ain't got you, you you
내게 당신이 없다면 말이죠
앨리샤는 이 부분에서 고음으로 간절하고 우직하게 노래한다. 이 부분을 들을 때면 나의 영혼은 마치 인파 속에서 홀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유유자적이 추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주 강한 신념을 가진 자가 부릴 수 있는 여유이다. 앨리샤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갈망한다고 노래하는데, 여기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다. 해석은 하기 나름이지만 분명한 건 "당신"이란 존재가 앨리샤에게는 "돈"과 "명예" 따위를 가뿐히 넘어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좇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하나.
경연 대회나 각종 행사에서 이 노래를 선곡하는 사람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대학 신입생 때였다.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였는데, 축하 무대를 위해 강당에 올랐던 음악학과 2학년이 이 노래를 불렀다. 아마 그 사람도 당신이라 부르는 낭만을 좇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신입생 때를 돌아봄과 동시에 갓 성인이 된 후배들을 위한 나름의 격려 차원에서 한 선곡으로 아주 적절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