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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05. 2019

옐로나이프 올드타운 산책

올드타운 오후의 귀여운 풍경들


오로라 말고는 아무것도 볼 게 없을 줄 알았던 옐로나이프에서 의외의 귀여움을 만난 우리.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는 물론 올드타운 곳곳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오로라 뷰잉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세 시경. 잘 채비를 하고 오로라의 여운을 느끼다가 잠이 들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어차피 딱히 정해진 일정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우리 부부는 마음 내키는 만큼 실컷 늦잠을 자다가 점심 무렵이 지나서야 슬금슬금 일어나곤 했다.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이 행복을 한껏 누리기 위해 최대한 늑장을 부리고 오후가 되어서야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작은 도시는 조용했고, 이미 중천을 한참 지나 넘어가기 시작한 햇빛이 고요한 도시를 낮게 비추고 있었다.



차갑고 바삭바삭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은 날씨였다. 파란 하늘은 역시나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청명했다. 떠나온 한국은 아직 여름의 자락에 있었는데 이곳 캐나다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붉고 노란 단풍잎은 낮은 햇살을 받아 한층 더 황금빛을 띠었다. 우리는 별다른 할 일도 없이 이 완벽한 날씨를 즐기며 발길 닿는 대로 툭툭 걸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솔직히 옐로나이프는 황량하고 삭막한 곳일 줄 알았다. 나에게는 옐로나이프도 아이슬란드나 알래스카, 북유럽의 북쪽 끝자락 등 극지방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빙하와 무채색, 뉴트럴 컬러만이 침착하게 공기를 메우고 있는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곳이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기에 오로라만 생각하고 온 곳이었지, 다른 기대는 전혀 없었다. 너무 심심하거나 우울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에게 옐로나이프 올드타운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작은 고기잡이배와 요트가 떠있는 거대한 Great Slave lake는 마치 바다 같았고, 잔잔한 바람은 호숫가에서 찰랑찰랑이는 파도 소리가 났다. 햇살은 호수에 부서져 별처럼 반짝였고, 노란 나뭇잎들에 부서져 또 금빛으로 반짝였다.



바 자리에 앉으면 그날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이 그릴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는 맛집은 물론 (이곳은 별도의 글로 소개할 예정이다) 맛있는 커피를 파는 오래된 작은 카페까지.


이름이 Dancing Moose cafe라서 나는 무스 춤을 추었지


심지어 맥주 양조장도 있다(!)

맥주 양조장과 앞에 주차된 귀여운 노란 차. Northwest territory주의 공식 번호판은 이렇게 귀여운 북극곰 모양이다.



밤새 오로라 보고, 낮엔 내내 잠이나 자게 될 줄 알았던 우리의 오후 시간을 꽉 꽉 채워주었던 옐로나이프 올드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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